“실망스럽다.”(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와전될 수 있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15일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중대 고비를 맞이한 가운데 양 캠프는 하루 종일 공방을 벌였다. 문재인 후보 캠프는 조속한 협상 테이블 복귀를 요청했고, 안철수 후보 캠프는 재발방지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주문했다. 단일화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시각과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왔다.
◇문 후보 측, 입단속 속 `부글부글`
문재인 캠프 선대위는 이날 긴급 선대위원장 회의를 갖고 입단속에 나섰다. 일부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하면서 초비상 경계령을 발령했다. 캠프 공식 입장이 아닌 특정 개인의 의견으로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위기감에서다.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논의 재개를 위해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후보는 15일 경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가)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 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에 대한 거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14일 저녁과 15일 이른 아침 두 차례 안철수 후보에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표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어 “와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선대위 그 누군가가 그 말을 했다면 경솔하고 부주의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안 후보 측, “문 후보 상황 파악 못하고 있다”
문 후보의 사과 발언에도 불구하고 안 캠프는 문 후보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문 후보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일단 민주당과 선거캠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한 직시, 현실 인식부터 먼저 필요하다”고 문 후보를 겨냥했다.
안 후보도 문 후보 사과 발언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깊은 실망을 했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며 “단일화를 경쟁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결과로 이기는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안철수 양보론`을 거론한 당사자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상대를 향한 자극적인 표현과 조직적 세몰이를 하지 않겠다는 문 후보 측의 명확한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후보 간 담판도 가능성 있어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함으로써 현 상태로는 다시 협상에 임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공을 넘겨받은 문 후보의 조치가 안 후보 측 성에 차지 않으면 협상개시가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후 협상이 다시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일로 단일화 자체가 무산되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크고 후보 등록일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이 협상을 거부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면 안 후보에 불리한 형국으로 바뀔 수 있다.
결국 문-안 두 후보가 직접 만나거나 결단하는 방식의 해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