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45일 앞두고 홍보 비상
신림동에 사는 A씨는 아날로그 안테나(VHF 안테나)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해 디지털TV로 시청한다. 최근 화면에 `보고 계신 아날로그TV는 정상적인 시청이 어렵다`는 자막고지가 나와도 방송사 실수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디지털TV로 방송을 보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A씨는 수도권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 12월 31일이 지나면 TV방송을 볼 수 없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45일 앞둔 가운데 디지털TV로 아날로그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수도권 가구가 9만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홍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연말 블랙아웃 사태를 맞을 수 있다.
9만가구 중 절반 가까이 자신이 시청하는 방송이 아날로그인지 모른다. DTV코리아가 연초 실시한 조사에서 디지털TV로 아날로그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 중 자신이 보는 방송이 아날로그 방송인지 몰랐다는 응답이 이러했다. 디지털TV 한 대만 가진 가구는 35.1%가 몰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TV를 함께 가진 가구는 39.6%가 모른다고 답했다. 디지털 방송 수신방법을 모른다는 비율은 디지털TV 한 대만 가진 가구가 13.9%, 아날로그와 디지털TV를 보유한 가구는 무려 44.1%였다.
디지털전환 정부지원은 아날로그TV를 가진 가구가 대상이다. 방통위가 실시하는 디지털 전환 자막고지에도 정부지원을 신청하라는 내용이 있지만, 디지털TV를 가진 가구는 지원대상이 아니다. 디지털TV를 소유한 아날로그 방송 직접 수신가구가 홍보 사각지대에 놓인 이유다.
디지털TV를 갖고 있어도 아날로그 방송을 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자동채널 설정을 잘못했거나 아날로그 안테나를 이용한다.
자동 채널설정을 잘못하면 디지털 채널이 아닌 아날로그 채널이 잡힌다. 예를 들어 디지털 방송이 잡히면 9-1번이 나오지만 아날로그 채널은 9번으로 나온다. 방통위 관계자는 “DTV를 갖고 있지만 9번이 나온다면 리모컨에 있는 채널설정을 한 번 누르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채널설정을 눌러도 9번이 나오면 아날로그 VHF 안테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안테나는 아날로그 방송만 수신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을 모두 수신하는 UHF 안테나로 교체해야 한다. UHF 안테나는 우체국, 가전사 대리점, 디지털마당 사이트에서(www.digitaltv.or.kr)에서 살 수 있다.
신진규 DTV코리아 교육사업팀장은 “디지털TV를 갖고 있지만 아날로그 방송을 보는 이들은 정부지원 대상이 아니며 디지털 전환 홍보도 잘 안 됐다”면서 “DTV로 아날로그방송을 보는 가구가 9만이나 돼 블랙아웃이 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