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몫은 20%밖에 안 됩니다. 80%는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가져가는 거죠.”
“주사업자인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대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하니 직원 월급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중소 소프트웨어(SW) 업체 사장의 넋두리다. 모든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모든 중소 SW 기업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오죽하면 대형 IT서비스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공공정보화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전면 제한하는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만들었을까.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프로젝트 완료 후 지식재산권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중소 SW 기업 인력 빼가기에도 제동을 걸었다.
대형 IT사업을 발주하는 공공기관도 스스로 대기업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나섰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1300억원 규모의 2013년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사업 가운데 73%를 중소기업 몫으로 정했다. 대기업 제안 시 중소기업과의 컨소시엄 비율을 50%까지 늘린 것이다.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대금 지급을 제안요청서(RFP)에 명문화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은 내년 발주할 15개 국방정보화 사업이 SW산업진흥법 개정안에 명시된 예외 적용 분야임에도 스스로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도록 했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을 이렇게 만든 한 원인을 보면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알 수 있다. 바로 불공정한 중소 SW 기업과의 하도급 문제다.
시장을 빼앗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만 높이지 말고 중소 SW 기업과 건전한 하도급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차라리 하도급 계약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이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나라장터` 사이트처럼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경쟁 입찰을 하고 계약 내용도 공개하는 것이다.
대형 IT서비스 기업은 SW산업진흥법 개정 시행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중소 SW 기업과 하도급 문제를 개선할 좋은 계기로 여겨야 한다.
신혜권 비즈니스IT부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