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동물이 지내기에 편하게 보입니다. 관람객들과 일부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요. 하지만, 결국에는 철창과 경계에 막힌 환경일 뿐입니다.”
서진우 SK플래닛 대표는 기존의 인터넷 플랫폼 환경을 `동물원`에 비유했다. 서 대표는 14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테크 플래닛 2012`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SK텔레콤에서 분사한 지 1년을 맞은 SK플래닛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는 “동물원의 철창과 경계가 사라진, 동물의 왕은 있지만 초원을 파괴하지 않는 `세렝게티 초원`을 지향한다”며 “개방된 관점과 글로벌 시장 성장 모색, 이를 뒷받침할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혁신에 대해 오픈 플랫폼·빅데이터·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를 변화의 3대 키워드로 제시했다.
우선 오픈 플랫폼에 대해 세 가지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오픈 플랫폼은 △사용자·개발자에 실익 제공 △지속적인 확장 △각 플랫폼 간 매끄러운 연결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매시업(mash up)이 자유로운 개발·호스팅 환경과 가치를 지속할 수 있는 수익화, 서로 다른 플랫폼을 연동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SK플래닛은 오는 16일 이 같은 철학을 담은 오픈 플랫폼 `플래닛 엑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빅데이터에 대해선 “충분한 데이터베이스 확보와 빠른 속도, 다양한 소스를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아직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아직 하둡 등 오픈소스 기반의 솔루션 중심이다 보니 개발자들이 쉽게 사용하기 어렵고 부족한 기술이 많다”며 “기술 혁신과 함께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플래닛의 UX에 대한 궁극적인 지향점은 `제로 UX`라고 밝혔다. 사용자가 기기나 위치에 구속받지 않고 특별한 입력 작업을 했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궁극의 UX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UX에 대한 사용자 기대 수준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으며 NFC·HTML5 등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며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감각·감성을 전달하는 UX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존 라거링 구글 글로벌파트너십 디렉터와 서칸 피안티노 페이스북 리드엔지니어가 자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라거링 디렉터는 “현재 5억6000만개의 안드로이드 기기가 사용되고, 매일 130만개의 기기가 추가로 개통된다”며 “오픈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통해 제조사·통신사의 뛰어난 역량이 발휘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피안티노 리드엔지니어는 CEO의 이름을 딴 `저커버그의 법칙(Zuck`s Law)`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18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밀도가 두 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은 너무 느리다”며 “저커버그의 법칙에 따르면 페이스북 공유 정보량은 매년 두 배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안티노는 “하지만 페이스북은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