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기업 수 증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내놓은 `벤처기업의 성장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제2의 벤처 붐`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증세인 벤처기업 수는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이 벤처기업으로 인증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벤처캐피털(VC)이 활성화된 결과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정책적 요구에 의해 실제 벤처기업으로 인정될 수 있는 범위 밖의 기업들이 벤처기업으로 지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 통계상 파악되는 벤처기업 수는 증가세에 있으나, 벤처투자기업 수는 정체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 벤처기업 수 역시 미미하다.
IT버블이 붕괴한 이후 2002년부터 신규 벤처 확인기업 규모가 현저히 커지고 있어, 벤처캐피털의 투자 성향마저 1990년대 말에 비해 안정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보수화` 돼버렸다. 이같은 보수화는 `착한 위험`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모험적 창업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신규 기술평가 보증·대출 기업의 규모가 2000년대 후반 들어 지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10년 이상 벤처확인기업 명단에 들어있는 기업 수가 1309개에 달한다는 점은 많은 수의 기업들이 벤처지원 제도 틀 안에서 안주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기완 KDI 연구위원은 “2000년대 후반 이후 벤처기업들 매출·고용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소·벤처기업의 활성화 문제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중요한 대선 정책 의제로 꼽히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장률 둔화에 대한 원인과 파급효과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은 느는데, 상장벤처는 줄고(단위: 개)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