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2부. 글로벌 창업시장을 가다 <11>해외시리즈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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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3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스타트업이 미래다-글로벌 창업 시장을 가다` 기획 연재가 4개월여만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30주년에 맞춰 글로벌 창업 현장에 가보자`며 내놓았던 간단한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커졌다. 서너 나라쯤 갈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미국과 캐나다, 이스라엘, 영국,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체코, 대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11개국이나 가게 됐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이처럼 대규모 글로벌 기획이 처음이라고 자부한다.

이들 국가 창업의 심장부를 전문기자가 발로 뛰며 IT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비법을 찾느라 고민하는 여정이었다. 고생도 많았지만 독자와 정부·산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게 있었느냐” “신선한 기획이다” “좋은 정보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특별취재팀이 기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

=김준배 차장(사회), 한세희기자, 정진욱기자, 오은지기자, 김용주기자

-사회(김준배 차장)=6월부터 취재가 시작돼 7월에 거의 마무리됐다. 여름휴가 기간에는 일을 하지 않는 문화 탓에 짧은 준비기간이 더욱 짧게 느껴졌던 것 같다. 현지 취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있다면.

▲한세희=처음에는 소규모로 시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는 창업한다면 대기업 명함이 없다는 것 때문에 받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선 누구나 기숙사 방이나 창고에서 시작하고, 주변에서도 이를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있다. 엘리트가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창업을 꼽고, 창업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열정을 가진 점이 눈에 띄었다.

▲김준배=캐나다 토론토 대표적인 인큐베이터센터가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입주사 반응도 의외였다. 주변이 산만함에도 오히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쉽게 나온다는 것이다. 조용하고 한적해야만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깼다.

▲정진욱=이스라엘에서는 도시 전체를 글로벌 스타트업 기지로 키우려는 텔아비브의 노력이 관심을 끌었다. 텔아비브 제이틀린 거리에 600여개 스타트업이 몰려있다. 텔아비브는 스타트업 하기 좋은 도시 5위에 오를 정도로 이미 글로벌 인프라를 갖췄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 스타트업이 집결해 있어 자연히 돈이 몰린다.

▲김용주=영국 정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30분 이상을 이야기해도 말이 안 통했다. 투자 규모와 성과를 말해 달라고 했더니 계속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했다. 이곳은 낙후된 곳이다, 낡은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사람 만나서 술 마시고 수다 떠는 곳이 많다 등의 말이다. 시간이 부족해 초조해져 약간 화가 난 어조로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국이나 중국에서 온 기자는 늘 숫자만 물어 본다”며 면박을 줬다. 스타트업 육성이 돈만 퍼부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낙후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술 마시고 수다를 떠는 건 교류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깊은 뜻도 모르고 화만 낸 것이 부끄러워졌다.

-사회=나라마다 스타일이 다를 것 같다. 각국 스타트업 육성 전략에서 특이점은 무엇인가.

▲한세희=미국 경우 정부 개입이 거의 없어도 스스로 돌아가는 자족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만 가능한 일이고 다른 곳에서 복제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일리 있다. 하여튼 이미 크게 성공한 사람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대학 창업 희망자들의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문화가 좋은 것 같다. 대학도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이 모이고, 이들 그룹이 지역 기업과 네트워크를 맺으며 실질적인 도움과 투자와 네트워킹을 제공한다.

▲오은지=네덜란드는 스마트워킹센터라는 곳을 전철·기차역마다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창업하면서 사람이 늘어나면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마련인데, 이것을 정부 주도로 해결해주고 있었다. 독일은 창업자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열심히 일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에도 보탬이 되라는 것이다. 복지가 발달한 나라란 그런 것 같다. 이런 지원이라면 정말 많은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김용주=영국은 정부가 일부 주도하긴 하지만 자유방임 성격이 짙다. 알아서 투자자를 만나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반면 핀란드는 훨씬 중앙집중적 성격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부가 강하게 지원하고 있고 연관 기관을 인위적으로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노렸다.

▲정진욱= 우리나라는 정책을 만들고 예산 배정 후 이를 쓸 기업을 찾는 반면 이스라엘은 현장 요구를 반영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배정한다. 완전히 반대다. 이스라엘은 예산을 쓸 기업은 심사관이 직접 현장을 찾아 3개월간 밀착해 검사한다. 이들은 모두 석사 이상 학력에 충분한 관련 경력을 가진 이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서류 검사와 몇 번의 인터뷰로 지원 기업을 선정한다. 심사자도 경력이 짧은 비지니스인큐베이터(BI) 매니저나 다른 보직을 맡고 있는 대학 교수 등이다. 전문성과 성공 기업을 발굴할 혜안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방문한 국가에서 우리나라에 해준 조언이 있다면.

▲오은지=중소기업을 발전시키고, 실패해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방문했던 3개국 모두 산업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80~90% 가까이 된다. 그래서 산업이 안정돼 있고 창업하려는 사람 부담이 적다. 이들 나라에서도 창업자에게 일정 책임은 지게 하지만 우리처럼 신용불량자가 돼 회생 불가능한 상황으로 떨어지게 하지는 않는다.

▲정진욱=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적고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만든다. 영어권 국가이고 유럽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도 있다. 이들이 보는 한국 스타트업은 제대로 된 글로벌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내수에서 성공한 후 해외 진출을 생각한다. 그마저도 같은 문화권인 아시아 진출이 대부분이다.

▲김용주=이스라엘과 비슷하다. 핀란드에서는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만큼 글로벌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핀란드는 내수시장이 작아 아예 국내시장에서 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할 점이다.

▲김준배=한국에서 스타트업 창업분야가 한 분야에 쏠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예컨대 위치기반서비스(LBS)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붐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관련 앱 개발이 많기는 하지만 국내는 상당수 스타트업이 LBS기반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국 특유의 냄비근성이란 지적이었다. LBS 앱이 뜨자 그 쪽에서 가능성을 보고 모두 뛰어든다는 것이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그것이 시장규모가 작은 한국에서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적으로 제한돼 있는 만큼 한 분야에 집중하고 경쟁해야 좋은 서비스가 등장한다는 의견이었다.

▲한세희=한국은 작은 시장이 아니다, 한국 개발자는 우수하다는 점을 지적한 사람이 많다. 특히 한국 시장은 상당히 앞서 있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성향도 빨라서 도전할 만한 시장으로 보더라. 한국에서 테스트한 모델로 해외 시장에 도전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조언이다.

-사회=해외 스타트업 현장을 둘러보며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환경이 그들처럼 되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나.

▲정진욱=사회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사회지도층의 스타트업 관심이 전무하다. 대기업이 일회성 이벤트로 행사를 열어 상금을 주는 게 전부다. 이스라엘에서는 `8200부대` 출신들이 주최한 데모데이에 참가했다. 8200은 이스라엘 최고 인재가 모이는 정보부대다. 이들은 군대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와 사회지도층을 이룬다. 이스라엘 최고 갑부인 나스닥 상장사 체크포인트(CHECK POINT) CEO 길 슈웨드도 이 부대 출신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8200EISP`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사회지도층이 나서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이다.

▲김용주=영국과 핀란드 공통점은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 하나로 통일돼 있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한 이유다. 우리도 `스타트업`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 전 지구를 생각하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투자를 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 행사가 매우 많다. 이런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국내에서도 자주 마련될 필요가 있다.

▲김준배=멘토 활성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에 가장 부족한 게 경험과 노하우다. 그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바로 멘토다. 이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스타트업은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는 대량 실패자 양산으로 이어진다. 물론 실패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횟수를 줄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멘토 활성화가 필요하다. 멘토는 성공한 벤처기업인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충분히 멘토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30대 초반 한국인 IT기업 직원은 엔젤투자를 하며 멘토로 활동하고 있었다.

▲한세희=실리콘밸리는 굉장히 좋은 모범 사례지만, 실리콘밸리처럼 되는 것이 목표가 되면 곤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상황의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하고 우리가 목표하는 바에 가까이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한 가지 얘기하자면 문화와 교육이다. 좋은 학교 졸업해 대기업 직원이나 의사·공무원 등이 돼야 그럴 듯하다는 우리 문화가 상당히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보다 다양하고 무모한 일에 도전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창업이라는 형태로 풀어내는 인재가 있다는 사실이 가장 부러웠다.

▲오은지=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으니까 도전을 하려는 의지도, 성공 가능성도 낮아지는 것 같다. 또 정부 지원금을 받아 창업하는 것보다는 생계를 유지시켜주면서 사업자금은 융자 받도록 하는 독일식 제도가 더 효과적으로 보였다. 창업자에게도 복지는 필요하다.

-사회=스타트업 기획에서 잘된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용주=이런 기획은 우리 신문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여기저기서 문의도 많이 왔고 다른 언론에서도 비슷한 기획이 나오는 등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현지 지식이 부족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늘 해외 소식이 귀를 열어둬야 할 것 같다.

▲김준배=독자, 취재원 의견을 들어보면 칭찬이 많았다. 심지어 정부 관계자도 “해외에 그런 제도가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며 관심을 보였다. 아쉬움이라면 엔젤투자자와 멘토로 활약하는 성공 기업인을 만나지 못한 점이다. 이들이 어떤 생각과 자세로 멘토링에 나서는지 궁금했다.

▲정진욱=잘 된 점은 실제 다양한 국가를 직접 갔다는 점이다. 기자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다양한 기사를 생산했다. 아쉬운 점은 현지에 숨겨진 키플레이어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유명한 곳을 찾아 가 유명 인사를 만났다는 정도인 것 같다. 국내에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숨은 진주를 찾지 못했다. 현지 관계자와 사전 접촉을 잘해 좋은 기업을 발굴, 소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정리=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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