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렌즈에도? “충격”

작년 여름, 전 국민을 온통 충격에 휩싸이게 한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벌써 1년이 지났다. 가습기를 통해 미세입자로 쪼개진 살균제 성분이 폐 손상을 일으킴으로써 무고한 국민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잉태한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산모와 같이 사망한 장면은 아직도 울분과 함께 뇌리에 생생하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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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이후 현재까지 법적기준이 미비한 상태다.

당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하여 총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으나 지금은 연관성이 있는 사망자가 무려 102명으로 예측돼 더욱 큰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었던 사건, 사고였으므로 무엇이 문제였는지 시시비비를 심각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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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보존액에도 살균제 검출 ‘설마?’ = 작년 사건 당시에 문제가 되었던 가습기살균제 성분명은 PHMG 성분으로 정확한 표기명은 Polyhexamethylene guanidine(폴리헥사메틸린 구아니딘)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분은 PGH(Oligo(2-(2-ethoxy)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로 2가지 모두 구아니딘 계열의 화학물질이다.

구아니딘 계열의 살균물질은 피부접촉 또는 섭취를 하더라도 다른 살균제에 비해 독성이 1/5~1/10 정도 적은 반면에 살균력이 매우 뛰어나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성분이다. 물에 잘 녹는 성질 때문에 사건의 내용처럼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물티슈, 부직포, 샴푸, 섬유 등 다양한 용도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살균제 관련해서 주목할 점은 렌즈보존액의 주성분 또한 유독물질이라고 언론에서 말했던 구아니딘 계열이라는 점이다. 혹시 가족이나 주변에 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렌즈보존액 뒷면에 표기된 성분 명칭을 확인해보자. 「염산폴리헥사메칠렌 비구아니드 하이드로클로라이드」 표기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해당되지 않은 렌즈보존액도 있지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렌즈보존액의 주성분은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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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 보존액과 세정액의 주성분으로 PHMB가 사용되고 있다.

이 성분을 줄여서 흔히 PHMB(Polyhexamethylene biguanide hydrochloride)라고 말한다. 그런데 가습기살균제 성분이라고 알려진 PHMG(Polyhexamethylene guanidine)와 렌즈보존액 주성분인 PHMB 2가지의 성분명은 놀라울 정도로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세균을 사멸하는 살균기전 또한 비슷하다.

◇ 살균제 ‘이웃사촌’ PHMB, PHMG =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논란이 되었던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PHMG를 정확히 구분하면 「PHMG 인산염」과 「PHMG 염산염」 계열로 나뉜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총 4개 업체 중에서 3개 업체가 PHMG 인산염을 사용하였고, 나머지 한 업체만이 PHMG 염산염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PHMG 염산염의 정확한 표기명은 「Polyhexamethylene guanidine hydrochloride」이다. 철자 몇 글자를 제외하면 렌즈보존액의 주성분 표기명과 정확히 일치한다. 두 성분의 표기명이 거의 일치하는 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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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MB(1), PHMG(2) 화학식 분자구조는 위와 같다.

의학 미생물학 잡지(Journal of Medical Microbiology)에 실린 PHMG 염산염과 관련된 논문에 의하면 PHMB를 언급하면서 같은 구아니딘 중합체 계열의 성분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PHMG 염산염을 기존 살균제 성분에 비해 훨씬 독성이 적고 살균력이 강화된 성분이라고 설명한다. 즉 PHMG 염산염은 PHMB 염산염에서 기능성과 안정성이 모두 개선된 성분이다.

그렇다면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알려진 PHMG 염산염으로 개선되기 이전의 성분인 PHMB 염산염(렌즈보존액 주성분)은 과연 우리 눈에 닿아도 안전할까? 그리고 PHMB는 PHMG(가습기살균제 성분)과 비슷한 계열임에도 심지어 독성이 더 있다고 하는데 행여나 위험하진 않을까? 반드시 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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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흡입독성은 거의 비슷하며 경구 및 피부 독성에서는 PHMG가 좀 더 안전한 것으로 나와 있다. (출처: 영국화학물질관리청, PHMG MSDS)

PHMB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PHMB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PHMB는 1977년 수술 전 항균소독용으로 특허를 받은 성분이다. 그 이후 「Baquacil」이라는 수영장 소독약품 브랜드로 널리 쓰이기 시작되었다. 미국 EPA(미국환경보호청)에 따르면 PHMB의 또 다른 이름으로 Baquacil 명칭이 기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 살균제의 또 다른 고민 ‘생활용품’ = PHMB 사용처는 이것만이 아니다. 현재 렌즈보존액 이외에 구강세정제로도 사용된다. 생활용품 저변으로 확대되었다. 소독붕대, 의료기기 살균소독제, 방역소독제, 주방기구, 청소용품 등 가지각색이다. EPA(미국환경보호청)에 기재된 PHMB 사용처를 모두 기재하려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PHMB는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살균소독제라는 것.

구아니딘 계열의 살균소독제가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이유는 눈에 넣어도 될 만큼 자극성이 적고 낮은 농도에서도 효율적으로 미생물을 억제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구아니딘 계열의 살균성분(PHMG Phosphate, PHMG hydrochloride, PHMB)은 국내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국립환경연구원에 유독물이 아닌 물질(고유번호 97-3-867)로 등록되어 있었다.

PHMB는 현재 식약청(식품의약품안전청)에 기구등살균소독제로 허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메디컬 디바이스 용도의 살균제로 승인이 되어있는 만큼 안정성이 널리 확보된 상태이다. PHMG 역시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살균제 및 의료용으로써 EN 5개 항목(EN 1276, EN 1500, EN 1650, EN 13697, EN 14476)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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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균소독제의 일본 시장 점유율 변화

이렇게 세계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어지고 있고 안정성 또한 인정받은 살균 성분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대형 참사를 일으켰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분명 물질의 오용(誤用)에서 비롯된 일이다. 용도에 맞게 사용하여야 할 물질을 흡입독성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위험을 노출시킨 업체들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 공산품과 식약청허가 살균제, ‘한끝 차이?’ = 정부 관련기관에서 해당 조항 및 규제를 만들지 않은 문제가 크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PHMB, PHMG는 비슷한 살균물질이지만 PHMG는 공산품이고 PHMB는 식약청 허가제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PHMB는 기구등의 살균소독제 성분 개정안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 2004-86호] 127번에 신설되어 있다. ‘기구 및 용기?포장의 살균, 소독의 목적에 사용되어 간접적으로 식품에 이행될 수 있는 물질’이 살균소독제의 정의다. 흡입독성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PHMG는 식약청 신설 조항 자체가 없다. 공산품으로 분류가 된다. 이것은 값싼 중국산 인삼염 계열의 원료가 한국으로 대량 수입된 이유가 되었고, 가습기를 이용해서 살균제재 물질 첨가제로 적극 활용하는 대상물질이 되어 버렸다. PHMG 살균물질을 제조했던 생산자 또한 이 성분이 공기 중에 휘산되는 첨가제로 사용되면 인체에 문제가 될 것을 과연 예상이라도 했을까?

PHMG는 공산품 자율안전 KC마크로 국가가 인증을 해왔지만, 이제는 항균?살균 제재 관련해서 KC마크 인증을 식약청으로 넘겨야 할 판이다. 하지만 공산품으로 분류된 제균 성분을 식약청에서 인?허가를 한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여기에는 수많은 시험성적과 동물실험 등이 뒤따른다. 그리고 물방울 형태와 미립자 기화 형태의 차이점도 핵심이다.

살균소독제재는 세균, 곰팡이 등으로부터 감염의 우려가 있는 표면에 바르거나 뿌리라고 만들어진 성분이다. 과산화수소 소독약을 피부 외상에 바르라고 제조?생산된 것이지 공기 중에 부유하는 곰팡이포자를 사멸하기 위해 스프레이로 방안에 뿌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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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균소독제재는 미립자를 분산한 에어로졸(Aerosol) 카테고리가 아니다.

미국 공기청정기 업계관계자는 “에어로졸 연구는 미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흡입독성의 문제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알레르기 유발물질, 담배연기, 그리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인체에 유해한 미세입자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영역”이라면서 “살균소독제와 가습기살균제는 에어로졸 문제를 떠나서 인체가 접촉하는 표면에 항균, 항균코팅을 담당하는 어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나노 단위로 미세하게 쪼개진 입자는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고 하더라도 폐와 같은 호흡기에 축적될 여지가 분명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의 살균성분은 가습기 장치로 인해 영역을 침범한 격이다.

◇ 올바른 사용법과 법 개정안이 ‘중요’ = PHMB와 PHMG는 물체의 표면에서 뛰어난 항균 작용을 한다. 그리고 그 살균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표현이다. 업계관계자는 덧붙여 말했다. “오히려 락스나 알코올과 같은 것이 더 위험하지 않나요? 쉽게 말해서 락스는 세균이나 곰팡이제거 이후에 휘발?산화가 되기 때문에 집안 청소하면서 그 유해물질을 사람이 호흡하는 것이 훨씬 치명적입니다. 애초에 화학물질을 물과 같은 H2O와 혼합해서 나노미터 크기로 공기 중에 휘산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발단은 사용법에 있었다는 것이다. 2009년 식약청이 의뢰해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시험한 은(銀)나노 입자의 흡입독성 결과가 있다. 동물실험에서 폐와 간에서 독성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銀)이 좋다고만 알고 있었지만 나노 단위로 미립자화 되면 인체에 손상을 입힌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실을 제조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모두가 알면 작년과 같은 사건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제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정부 역시 그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앞으로 관련기관은 엄격한 검증을 통해 화학물질이 용도에 적합하게 사용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사고와 같이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를 만듦으로써 국가를 망신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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