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동수상응(動須相應)의 표준특허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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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넘게 계속되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4월 애플이 처음 방아쇠를 당겼을 때 이 스마트폰 특허전쟁이 이렇게 오랜 기간 세계적으로 진행되리라고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10개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특허전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새 국면으로 진전되고 있다.

새 국면의 핵심은 표준화기구의 특허 정책인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이다. 현재 유럽 집행위원회와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의 특허권 남용을 조사하면서 FRAND 조건을 준수했는지 심사 중이다. 미국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연합(UN) 산하기관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마저 전통적인 중립 위치를 벗어나 이러한 분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이들 분쟁의 핵심에 표준특허(SEP:Standards Essential Patent)가 있기 때문이다. 이 표준특허와 직결되는 특허 정책인 FRAND를 어떻게 해석·적용하는지가 승부를 판가름하는 열쇠다. 법원과 규제기관이 긴 고민에 빠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월 10일 스위스 제네바 ITU 회의에 우리나라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퀄컴·모토로라·노키아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미국 법무부, 국제무역위원회, 우리 공정거래위원회, 각국 특허청 관계자 등 140여명이 참여해 FRAND 정책의 효과와 개선방안을 놓고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이렇게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함께 모여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의에 참여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최근 ICT 분야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표준특허다. ICT 분야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국제표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표준특허와 관련된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표준특허 확보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임을 방증한다. ICT 기업은 표준특허나 향후 표준특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특허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표준특허를 보유했거나 이용해야 하는 기업은 앞으로 ITU 등 표준화기구가 논의하는 특허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

삼성-애플 소송전만 보더라도 이른바 `애플 쇼크`에 예상외의 기업이 반사이익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고, 반대로 `새우등 효과`로 침체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표준특허가 지닌 분명한 영향력이다.

8세기 당나라 바둑의 명수 왕적신(王積薪)이 펴낸 `위기십결(圍棋十訣)`에 동수상응(動須相應)이 있다. 바둑알 한 개 한 개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므로 착점을 결정하기 전에 자기편 바둑알의 능률과 더불어 상대편의 움직임까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차세대 ICT 기업이 글로벌 사업 전략을 구상할 때 표준특허 정책이 가질 의미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이근협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khlee@t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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