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국적 소프트웨어(SW)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한국지사가 국방부를 상대로 SW 라이선스 문제를 제기했다. 국방부가 2100억원 규모 SW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MS·어도비 등 다국적 SW기업의 라이선스 문제 제기는 국방부뿐 아니라 기관, 기업 등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기관과 기업이 SW 지식재산권에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SW 지식재산권 인식을 일찌감치 깨닫고 대응 방안을 마련한 기관이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그 주인공이다. aT는 지난 2007년 자체 사용하는 SW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 자산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2000년대 중반 aT IT지원팀에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검찰에서 불법 SW 사용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다. 갑작스럽게 겪게 된 상황이지만 철저하게 조사에 응했다. 그 결과 아무런 문제 없이 끝났다. 당시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면 공사로서 신뢰에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후 공사는 경영진이 적극 나서 SW 자산관리에 나섰다.
◇컨설팅 통해 SW 자산관리시스템 구축
aT는 2007년 SW자산관리(SAM) 컨설팅을 받았다.
당시 aT는 SW 자산관리 담당인력과 기본적인 SW 관리도구는 갖추고 있었지만 세부적인 SW 관리규정이 미비했다. 체계적인 업무 흐름이나 기준이 없어 SW 관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사용 중인 SW 관리도구도 PC에 설치된 SW 리스트를 단순하게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검출된 SW 사용현황이 라이선스 보유 수량 내에서 적법하게 사용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했다. 더욱이 본사뿐 아니라 12개에 이르는 지사와 사업소에서 사용하는 SW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SW자산관리 방법론 도입이 불가피했다. aT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SW자산관리 컨설팅을 요청했다.
컨설팅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 중 하나가 기존에 사용하는 SW 관리도구의 검색결과가 너무 방대하다는 것이다. PC의 제어판 정보를 기반으로 SW를 검색하다 보니 관리하지 않아도 될 프리웨어, 셰어웨어, 보안모듈 등도 포함돼 있었다. PC 한 대당 많게는 수백개의 SW 검색결과가 나오게 된 셈이다. 관리 대상과 비관리 대상으로 분류하는 작업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비효율적 SW관리 사이클이 반복됐다.
aT는 컨설팅을 거쳐 SAM시스템을 활용하면 최신 상용 SW 검색결과만 보여줘 SW관리 시간을 줄여준다는 것을 알았다. 라이선스 보유 수량도 등록할 수 있게 돼 실시간으로 SW 초과 사용 여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불법 SW 사용자에게 자동적으로 경고 팝업창을 뜨게 하고 불법 SW를 삭제해야만 팝업창이 제거돼 자발적 불법 SW 삭제 유도도 가능했다. aT는 모든 상용 SW를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판단, SAM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SW 자산가치 극대화가 목표
aT는 총 650대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적용할 수 있는 SAM시스템을 구축했다. aT는 궁극적으로 SW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가치를 극대화해 SW 라이선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SW자산관리 체계는 △원칙과 정책 △역할과 조직 △프로세스 △관리 대상 네 가지로 구분했다. 원칙과 정책에서는 SW 자산 관련 활동 시 준수해야 할 원칙·기준·규정을 만들었다. 역할과 조직에서는 SW 자산 라이프사이클 영역별 수행 주체, 통제 주체, 역할과 책임을 정했다. 관리 담당자를 지정해 역량도 확보했다.
프로세스에서는 SW 자산관리, SW 자산 라이프사이클 관리, SW 자산감사 통제 등 영역별 활동, 프로세스, 절차를 마련했다. 관리대상에서는 전사 OA와 유틸리티, 개발 툴, 오픈소스, 프리웨어, 셰어웨어 등 SW 자산 및 라이선스 분류체계를 정했다.
aT는 이후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교육도 실시한다. 주기적으로 컨설팅도 받는다.
김학인 IT지원팀·정보보안팀장은 “컨설팅을 하면 전수조사를 받는다”며 “공사 보유 라이선스와 실제 수량을 비교해 필요한 SW면 추가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aT가 이처럼 SW 자산관리에 철저한 배경에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돼 있다. 도입 타당성이 있으면 반드시 정품 SW를 추가 구매하는 것이 경영 방침이다.
aT는 SAM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가장 큰 효과로 높아진 위상을 꼽는다. 최근 공공기관 대부분이 다국적 SW기업으로부터 불법 SW 사용에 문제제기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해 aT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외에도 SW 전문인력 전담 지정으로 책임관리가 가능해졌고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시스템 도입으로 보안 위험도 제거됐다.
김학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IT지원팀·정보보안팀 팀장
-처음 도입한 배경은.
▲2007년 처음 도입하게 됐다. 당시 SW 자산 이슈가 사회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으로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인데 SW 지식재산권을 지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영진의 적극적인 도입도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던 배경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고민 사항은.
▲새로 입사한 직원이 SW 지식재산권을 잘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불법 내려 받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에서는 무료지만, 회사 PC로 하면 법인이 되기 때문에 불법이 된다. 이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신규 직원이 있다.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향후 추진 계획은.
▲SW 원본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중앙에서 원격으로 SW를 설치하고 삭제하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패키지 SW는 설치를 위한 배포과정에서 자주 분실되는데, 라이선스 증서는 재발급이 되지만 패키지 SW는 재구매를 해야 한다.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관리할 계획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