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에 처음 가서 창업자를 만났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냉전시대, 부족한 천연자원, 뛰어난 인재, 곰곰이 생각해보니 바로 한국이었죠.”
박찬국 워게이밍 한국 지사장은 처음 가본 벨라루스 인상을 경제발전을 막 시작하던 당시의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고 기억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EA,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를 거치며 글로벌 게임사업을 경험한 전문가다. 블리자드에서는 북아시아 지역 기술 운영 임원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초 워게이밍코리아 초대 지사장 제의를 받고 벨라루스에서 창업주 빅터 키슬리 대표를 만났다.
벨라루스는 워게이밍이 처음 창업한 곳으로 과거 러시아연방국가 중 하나다. 동유럽 작은 나라로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공산주의 지배의 암흑기를 모두 거쳤다. 독립 이후에는 과학과 IT를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창업주인 키슬리 대표는 1998년에 벨라루스에서 회사를 일으켜 총 15종 이상의 게임을 내놨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지역에 직원들만 1200여명에 이른다.
박 사장은 키슬리 대표의 첫 인상이 마치 `경상도 사람`같았다고 말했다. 무뚝뚝한 첫 인상과 달리 게임 개발에 대한 깊은 열정과 오랜 기간 쌓아온 탄탄한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첫 번째 회의는 낯선 첫인상을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공감대로, 다시 신뢰감으로 빠르게 바꿔놓았다. 지사장 수락부터 게임 서비스 계획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박 사장은 “우리가 경상도 사람은 처음에는 대하기 어려워도 만날수록 속정이 깊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키슬리 대표도 마찬가지였다”며 “한국을 `온라인 게임의 어머니 나라`라고 부르며, 다양한 한국 게임을 체험하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워게이밍의 대표작 월드오브탱크는 키슬리 대표가 한국 온라인 게임 `네이비필드`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게임이다. 오랜 연구 끝에 전차를 소재로 한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다. 밀리터리 게임 개발에서는 유럽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았다. 고증도 철저히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4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월드오브탱크는 전세계 400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차기작 `월드오브워플레인` `월드오브워십`도 공개 예정이다.
지난해 지스타에 처음 참가하면서 이름을 알렸던 워게이밍은 한국 지사 설립을 계기로 올해 말 본격적인 서비스를 앞뒀다. 지난 일 년여 간 본사와 한국 지사는 월드오브탱크의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 지스타2012에도 나가 게임을 알릴 예정이다. 박 사장도 엔지니어에서 최고경영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박 사장은 “한국 시장은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서비스해야 한다는데 본사와 지사가 모두 깊이 공감한다”면서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현지화된 제품과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내 서비스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