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스티브 발머 CEO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제 소프트웨어 업체가 아닌 장비 및 서비스 회사(device and service company)”라고 말했다. 기존 윈도 운용체계(OS)는 주로 타 기업에서 만든 완제품에 끼워팔았다. 하지만 이제 서피스와 윈도폰8처럼 직접 스마트 하드웨어를 만들고 공격적인 온라인 서비스도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전략과 180도 바뀐 셈이다.
전략이 바뀌니 마케팅부터 다르다. 포브스에 따르면 MS는 윈도8 마케팅 비용으로 15억달러(약 1조6500억원)를 할애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쓰이는 금액과 비슷할 정도로 전례가 없는 대대적인 금액이다.
유통 전략도 확 바꿨다. 기업용 수요가 강했던 예전과 달리 스마트패드까지 출시하면서 대(對) 소비자 접점을 늘린 것이다. 자체 MS스토어를 십분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 전역에 1100여개 지점을 갖고 있는 전자제품전문점 베스트바이와 전략적으로 제휴했다. 베스트바이의 애프터서비스(AS)팀인 `긱스쿼드`는 MS 제품에 대한 트레이닝을 늘렸다. MS는 직접 자사 직원들도 파견했다. 아직까지 한국 유통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아직까지는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그룹인 TG데일리가 미국 얼리어댑터 5만명을 대상으로 윈도8 구매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25% 정도만이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절반 이상인 53%는 기존에 사용하던 윈도7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윈도8의 혁신적인 `메트로UI`가 낯설다는 반응을 내놨다.
기업용 시장에서도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인포메이션위크는 중견·중소기업(SMB)들이 윈도8 도입에 얼마나 적극적일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테크아일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윈도XP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아직도 43%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윈도8은 터치패드 등 낯선 환경으로 인해 직원 재교육에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윈도8에는 기존 하드웨어 제조사의 시선도 쏠려있다. 포브스는 “MS의 부진은 윈도 생태계에 있는 델, HP 심지어 노키아의 수익에 큰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윈도8 출시를 계기로 제조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공급하는 이동통신사들도 소비자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피스에 이어 윈도폰8이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 이 날 AT&T와 버라이즌 등에서 출시할 윈도폰8의 가격대가 유출됐다. 11월 12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HTC 윈도폰8X(199달러), 노키아 루미아822(99달러) 수준이다. 가격대는 적정하다는 평이다. 씨넷은 `윈도8 스마트패드인 서피스 가격대도 500달러 수준으로 책정돼 아이패드를 누를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출시에 맞춰 악재도 터졌다. 유럽연합(EU)이 윈도7 OS에 자사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끼워 판 혐의로 10억달러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 윈도8 역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쟁담당집행위원은 “윈도7 사용자들은 IE 대신 크롬, 파이어폭스를 사용할 수 있는 `브라우저 선택화면(BCS)`을 기본 메뉴로 제공받지 못했다”며 “윈도8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전망도 우울하다. 가트너는 지금부터 4년 뒤인 2016년 말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컴퓨터와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가 총 23억대에 이르러 MS 윈도 OS를 사용하는 기기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말 기준 윈도를 쓰는 기기는 15억대, 안드로이드를 쓰는 기기는 6억900만대로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