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제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셰 911. 7세대에 해당하는 최신의 포르셰 911은 이전보다 차체가 길어지고 낮아졌으며 앞바퀴 사이가 더 벌어져 낮고 안정된 자세가 강조됐다. 특히 이전보다 10㎝ 늘어난 휠베이스가 특징이다. 지붕을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카브리올레 버전은 쿠페버전보다 높이가 약간 더 낮지만 무게는 더 나간다. 개폐식 지붕 메커니즘의 탑재와 함께 금속 지붕 및 기둥의 부재로 인한 차체 강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보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6세대 911 카브리올레와 비교하면 최대 60㎏이 가벼워지면서도 비틀림 강성은 18%가 증가했다. 7세대 911 쿠페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설계된 알루미늄-스틸 차체를 적용한 덕분이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은 지붕 구조에도 숨어있다. 직물로 만든 `소프트 탑`을 고수하되 안쪽에는 4개의 구획으로 나뉜 단단한 패널들을 숨겨 이전보다 한 차원 향상된 차단 성능을 제공한다. 지붕을 닫고 있으면 실내에서는 쿠페나 다름없이 느껴진다. 골조는 마그네슘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낮췄다. 밖에서 봤을 때 쿠페와 동일한 지붕 윤곽선을 재현한 것도 새 지붕 구조의 자랑이다. 물론 시승차처럼 눈에 띄는 지붕 색상을 조합한다면, 쿠페가 흉내 낼 수 없는 카브리올레만의 호화스러움을 부각시킬 수 있다. 지붕은 50~60㎞/h로 주행 중에도 여닫을 수 있으며, 동작은 13초 만에 완료된다.
지붕뿐 아니라 윈드 디플렉터까지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2개의 작은 뒷좌석 위로 별도의 부품을 설치해야 했던 이전 방식과 달리, 새 911 카브리올레의 것은 120㎞/h로 주행 중에도 버튼 조작만으로 2초 만에 펼칠 수 있다. 지붕을 열고 달릴 때 앞좌석으로 들이치는 와류를 줄여주는 윈드 디플렉터의 효과는 탑승자의 헤어스타일에서 금세 나타난다. 쓰지 않을 때는 뒷좌석 뒤로 포개지기 때문에, 이전처럼 떼어내서 트렁크에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뒷날개는 120㎞/h에서 자동으로 솟아오른다. 고속 주행 시 뒷바퀴 쪽을 눌러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적당한 도로만 있다면 300㎞/h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다. 포르셰 911 카브리올레는 쿠페와 마찬가지로 `카레라`와 `카레라S`로 출시되었다. 카레라는 3.4리터 350마력, 카레라S는 3.8리터 400마력 사양이다. 시승차는 카레라S로, 이전보다 15마력 높아진 출력과 13.6% 향상된 연비를 실현했다. 7단 수동변속기가 기본이지만, 시승차는 포르셰의 첨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PDK`를 적용했다. 여기에 시승차처럼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까지 장비한 경우, 0-100㎞/h 가속에는 4.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론치 컨트롤(launch control) 기능을 이용해 급출발하면 몸이 뻐근할 정도의 충격과 함께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제한속도를 넘어선다. 탑승자가 경험하게 되는 격렬함은 수치에 나타나지 않는다. 후미에 탑재된 수평 대향 6기통 엔진이 토해내는 우렁찬 사운드는 `사운드 심포저`에 의해 더욱 강조되면서 마치 가속페달로 즉흥 연주를 하는듯한 기분에 취하게 만든다. 굳이 힘을 쥐어짜며 달리지 않아도 좋다. 지붕을 열어 차안 가득 하늘을 담고 가을바람을 가르고 있노라면 `힐링`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