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장진 교수팀이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 기반 플렉시블 구동회로를 세계 최초 개발한 공로로 소자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수상한다.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는 지난해 학회지에 게재된 전자소자 분야 논문 500여편 가운데 최고를 가리는 `조지 E 스미스` 상에 장진 교수팀 논문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002년 상이 제정된 이래 한국 연구진이 수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IEEE 국제전자소자회의(IEDM)에서 진행된다.
이번에 선정된 논문은 `비정질 인듐·갈륨·아연혼합산화물(IGZO) 박막트랜지스터(TFT)에 기반을 둔 투명 플렉시블 회로(Transparent Flexible Circuits Based on Amorphous-Indium-Gallium-Zinc-Oxide Thin-Film Transistors)`다. 장진 교수와 제자인 최민혁, 최재원, 말로리 마티벵가 씨가 공동 저술했다.
교수팀은 휘어지는 플라스틱 기판상에 이동도가 높은 산화물 TFT를 제작했다. 이를 기초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에 사용되는 게이트 구동회로를 개발했다. 이 팀이 개발한 구동회로는 빠르고 수명이 길어, 디스플레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디스플레이 회로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속도와 수명이기 때문이다.
장 교수팀은 전하가 한쪽으로 이동하는 쏠림 현상을 막아 전체 구동 회로 수명을 10년 이상으로 늘렸다.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AC 구동방식을 적용해 회로를 구성했다. 발진 속도는 20V 전압에서 94.8㎑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기술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번 수상으로 우리나라 평판디스플레이(FPD) 기술은 더욱 명성을 날리게 됐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로 확고한 1위를 구축한 데 이어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도 위상이 높아졌다. 올해 국제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는 석준형 한양대 특임교수가 최고상인 브라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진 교수는 “디스플레이 구동 회로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최적화된 회로 개발에 열중했다”며 “최근 투명·플렉시블·산화물이라는 업계 화두에도 부응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교수가 받는 상은 1969년 CCD(Charge-Coupled Device)를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 조지 E 스미스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소자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1년에 단 한 편의 논문만을 선정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