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신보안 열쇠 우리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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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보기관을 중심으로 실시하려던 네트워크 보안 점검을 예산과 인력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포기했다고 한다.

국가 기간망에서 밖으로 새는 데이터가 있는지 파악해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정부의 외산 통신장비 선호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미국 하원이 중국 통신장비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 촉발된 국제 분쟁 탓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공공기관의 외산 통신장비 도입에 따른 보안 위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중국 제품을 검토하는 일부 기관을 상대로 강도 높은 질타도 쏟아졌다. 해당 기관이 서둘러 다른 글로벌 회사 제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외산 통신장비는 보안을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은 원칙적으로 맞다. 과거 자국 기업이 설비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적대 국가 통신망을 두절시키거나 분쟁 지역에서 혼란을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선정적인 이슈에 가려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돌아보지 않아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 국가 기간망에 도입된 통신장비는 80% 이상이 외산이다. 말 그대로 뼈대인 백본(Back Bone) 핵심 영역에 국산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미국산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산 백본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백본은 네트워크에서 오가는 정보의 경로를 설정하고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신체의 척추다. 네트워크 보안 위험은 주로 이 영역에서 발생한다.

외산을 대체할 국산 통신 백본 제품이 없다면 중국에 맡겼던 기간망 설비를 미국에 넘기거나 그 반대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

핵심 통신장비 산업을 단기간에 육성할 수는 없다. 세계적 흐름에서 우리나라 통신장비 국산화 달성률은 한참 뒤처진 상태다.

진짜 위험은 중국도, 미국도 아닌 우리 안에 있다.

역량이 있는 대기업은 불확실한 수익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린다. 중소기업은 생존 기로에서 당장 눈앞 먹을거리에 집중한다.

보안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생산성보다 국가 핵심 역량 확보 차원에서 통신장비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김시소 통신방송산업부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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