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과 2010년의 두 차례 실패는 나로호 3차 발사의 밑거름이다. 오랜 기간 보정작업을 거치면서 3차 발사 성공 확률은 더욱 높아졌다. 나로호 발사 12시간 뒤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내 지상국이 나로과학위성과 첫 교신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10번째 `스페이스 클럽`(자체 위성발사체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스페이스 클럽가입으로 우주개발 작업이 마무리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로호 3차 발사 결과에 상관없이 우주 개발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나로호 개발은 오는 2021년 발사 예정인 국산 로켓 한국형발사체(KSLV-Ⅱ) 개발을 위한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우주개발 경쟁 대열 합류
우주개발 산업의 핵심은 발사체다. 지상에서 쏘아올린 위성을 우주 공간에 진입시키기 위한 발사체가 우주개발 산업의 기술력을 대변한다. 발사체 개발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적으로 발사체 개발·생산·발사 능력이 있는 나라는 러시아·미국·중국·일본·인도·프랑스(유럽)·이스라엘·우크라이나 등 소수다.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로 러시아는 세계 최초 위성 발사국가가 됐다. 러시아는 현재 액체추진기관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주요 발사체는 소유즈, 프로톤, 로콧, 코스모스 등이 있다. 우주탐사와 유인 우주 비행분야를 주도하는 미국은 발사 비용이 낮은 발사체 시스템 개발에 몰두 하고 있다.
주요 보유 발사체는 우주왕복선, 타이탄, 델타, 아틀라스, 아데나, 토러스, 코네스토가 등이 있다. 델타 발사체는 우리나라 무궁화 위성 1·2호를 토러스 발사체는 아리랑 위성 1호를 발사한 바 있다. 중국은 장정 발사체 시리즈 1·2·3·4 등을 개발했다. 장정 로켓은 1970년 이후 103번 발사가 이뤄졌다. 중국은 올해 독자 기술로 세계 3번째 실험용 우주정거장 텐궁 1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를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은 1970년대 미국 기술 이전 이후 `H-2` 발사체를 순순 기술로 개발·제작해 1994년에 첫 발사를 성공했다. 발사 비용을 낮춘 주력 상용발사체 `H-2A`로 개량해 발사에 성공한 기록도 있다.
하지만 우주개발 선진국들도 초기 로켓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미국과 러시아도 로켓 발사에 처음 나선 1950년대에는 발사 실패율이 각각 66.1%, 39.1%에 달했다. 미국 최초의 위성발사체였던 뱅가드는 1955년부터 1959년 마지막 발사까지 12번 시험에서 8번이나 실패했다. 유럽 역시 1960년대에는 10번에 4번꼴로 실패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 합작한 유로파도 1961년부터 1971년까지 11차례 시도해 7차례나 실패했다. 일본의 첫 우주발사체인 람다4의 경우 1966∼1974년 9번의 도전에서 4번 좌절했다.
우리나라가 민간용 우주 발사체로 주로 사용하는 액체 추진제 로켓은 1997년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2002년 우리 기술로 만든 액체추진로켓 발사했으며 비행 시간은 231초였다. 이번에 발사되는 나로호(KSLV-I)는 2단만 우리 기술로 만들어졌다. 1단 액체 로켓은 러시아 기술이 쓰였다. 이와 별도로 3단형 액체추진 로켓 개발을 위해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완료 목표인 한국형 발사체(KSLV-II)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목표는 2021년까지 아리랑 위성과 같은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려놓는 3단형 우주발사체를 독자기술로 개발하는 것이다.
◇세 번째 도전
지난 2009년 8월 25일 오후 5시.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 1차 발사가 이뤄졌다. 페어링 분리가 이뤄지는 216초경 한쪽 페어링은 정상 분리됐으나 나머지 한쪽 페어링이 분리에 실패됐다. 295초 후 킥 모터가 점화됐지만 남아있는 페어링 때문에 자세 제어가 불가능했다. 탑재위성(과학기술위성 2호)은 궤도진입을 위한 속도(8㎞/s)보다 낮은 속도(6.2㎞/s)에서 분리됐다. 위성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대기권에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됐다.
나로호 1차 발사 실패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7회의 페어링 분리 시험과 400회 단위부품·시스템시험을 실시했다. 나로호 발사조사위원회 최종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분리장치 강성보강, 비파괴 검사 실시, 방전 방지 등 개선작업이 진행됐다.
나로호 2차 발사는 2010년 6월 10일 이뤄졌다. 하지만 이륙 후 137.3초에 내부 폭발이 발생했다. 원격 측정이 중단하고 임무는 실패로 돌아갔다. 통신이 두절된 나로호는 상공 70㎞상공에서 폭발했다. 항우연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간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를 구성했지만 실패 원인에 대한 이견은 좁히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1단 추진시스템 이상 작동에 의한 1·2단 연결부 파손`과 `산화제 재순환라인 및 공압라인 부분 파손`을 주장했다. 러시아는 `상단부 비행종단시스템(FTS)`이 실패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두 나라는 가능한 발사 실패 가설에 대한 모든 개선·보완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페어링 분리 전압시스템을 바꾸고 FTS 화약장치를 제거했다. 발사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검사와 시험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1·2차 실패 요인을 분석·보완했다고 3차 발사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나로호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극한 상황을 견딜 만큼 튼튼해야 한다. 나로호에 사용된 부품 수만 20만개로 일반 자동차의 약 10배에 이른다.
◇나로호 발사 순간
나로호 3차 발사는 26일과 31일 사이 오후 3시30분에서 7시 사이에 이뤄진다. 실제 발사일 `디데이(D-Day)`는 기상 상황을 고려해 결정된다. 관례상 디데이를 발사 가능 기간의 첫 번째 날인 26일로 설정했다. 발사 시각은 오후의 발사 가능 시간대 중에서 당일의 기상과 우주물체 충돌 가능성 등을 재차 검토해 최종 확정한다. 나로호 1·2차 발사와 마찬가지로 3차 발사 역시 예정일이 계속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발사일과 발사 시각이 마지막 순간까지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우주 계획의 특성 때문이다.
D-2에는 발사체를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동한다. 발사장 설비와 발사체를 점검한다. 이후 눕혀진 발사체를 세운다. `기립(erection) 작업` 후에는 1단 유공압 공급선을 연결하고 발사체 방위각을 측정하게 된다.
발사 하루 전(D-1)에는 발사 준비에 대한 최종 점검을 실시한다. 1단 발사 준비 리허설을 시작하고 충돌회피분석(COLA) 예비 결과 보고가 이뤄진다. 1단과 2단 발사 준비 리허설이 완료되면 발사체·발사대·추적시스템(레인지시스템) 발사 준비 리허설과 시스템 초기화 작업을 실시한다.
D-Day에는 실제 발사 운용을 시작한다. 밸브와 엔진 제어용 헬륨 충전을 마치면 1단 액체산소와 등유(케로신) 충전을 위한 준비를 마친다. 마지막으로 2단과 레인지시스템 상태를 점검하고 연료 충전을 마치면 발사체 기립 장치는 철수하게 된다. 이후 발사 결정이 이뤄진다. 발사가 결정되면 발사 15분 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카운트다운 이후에는 발사체 이륙 직전까지 1단과 2단 발사관제시스템에서 자동적으로 발사가 이뤄진다. 1단 엔진 추력이 142톤에 도달하면 나로호는 하늘로 치솟는다.
이륙 후 54초, 나로호는 음속을 돌파한다. 215초에 페어링이 분리되고 229초에 1단엔지 정지 명령이 들어간다. 232초에 1단 로켓이 분리되고 395초에 2단 로켓이 점화된다. 453초, 2단 연소가 종료되고 목표 궤도에 진입을 시작한다. 540초 로켓 상단부에서 위성 분리가 이뤄진다. 나로호 발사 성공여부는 나로과학위성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교신이 이뤄지는 발사 12시간 후에 확인 가능하다.
윤대원·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