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개통을 위한 명의 대여를 조건으로 소액의 금전을 대출해주고 부당 이익을 챙기는 `휴대폰 대출사기`를 막기 위해 타인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을 `유통`만 해도 처벌하는 제도 개선안이 추진된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관계자와 방통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담당자들이 모여 회의를 열고 휴대폰 대출사기를 막기 위한 이 같은 제도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경기 불황으로 신용도가 떨어져 정상적인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휴대폰 대출사기 또한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휴대폰 대출사기 상담 건수는 2010년 655건에서 지난해 168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917건을 기록했다.
명의자 본인의 동의 아래 휴대폰을 개통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통된 휴대폰은 범죄를 위한 대포폰으로 악용되거나 휴대폰 결제를 이용해 고액의 금액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타인의 명의로 된 휴대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챙기고 잠적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또 명의를 도용해 휴대폰을 개통, 각종 부당이익을 취하는 등 다양한 수법의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방통위는 대출 사기를 통해 금전을 챙기는 것뿐만 아니라 영리를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을 유통만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즉 대포폰을 사용하려는 사람이나 휴대폰 대출 사기를 꾸미고 있는 이에게 돈을 받고 차명의 휴대폰을 마련해 주거나 중간에서 전달하는 행위 자체도 처벌 대상이 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안 외에도 최근 문제가 제기된 일부 판매점의 불법 행위와 관련 대출사기 신고 접수 시 신속히 수사 의뢰할 수 있도록 업무 절차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휴대폰 대출사기로 단말기 보조금 등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최모(42)씨를 구속하고 이모(32)씨 등 일당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저금리, 신용대출 가능`이라는 문자를 보내 이를 보고 전화한 2100여명에게 대출을 조건으로 휴대전화 개통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에게 `3개월만 유지되는 가개통`이라고 속여 휴대폰을 개통한 뒤 휴대폰은 용산 전자상가 등에 팔아넘기고 통신사로부터는 단말기 보조금을 받아내는 등 모두 35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휴대폰 대출사기 상담 건수
자료:방통위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