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픽스 마이버드는 스마트폰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게임기 등의 영상을 최대 100인치 입체화면으로 볼 수 있는 안경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내장해 갖고 다니면서 쓸 수 있고 보고 싶은 영상을 혼자 볼 수 있어 편리하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써보고 입체감과 편의성 등을 직접 확인해봤다.
◇ LCD 화면 직접 비추고 이어폰 관리 편해 = 첫 인상은 스포츠용 선글라스를 닮았다. 하지만 본체 뒤를 보면 렌즈가 있어야 할 곳에 LCD 화면 2개를 달았고 이어폰과 여러 케이블이 복잡하게 달려 있다는 게 다르다.
HDMI 케이블은 영상과 음성 신호를 동시에 공급받는 특성상 영상과 음성을 함께 들려줘야 한다. 마이버드는 오른쪽 왼쪽에 하나씩 이어폰 단자를 달았다. 아이폰을 쓰지 않을 때에는 분리도 가능하다. 제품을 보관할 때에는 안경에 달린 이어폰 고정고리에 걸어놓을 수 있다.
안경 착용자가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건 3D 안경이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영상이 흐릿하게 보이지만 겹쳐서 쓰는 건 더 불편한 탓이다. 전자장치를 내장하지 않는 편광식 안경은 기존 안경에 겹쳐 쓸 수 있어 불편함을 덜기도 했다. LCD 화면을 두 눈에 직접 비추는 마이버드는 도수에 맞는 안경알을 끼울 수 있는 틀인 더미글라스를 달아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자석을 내장해 안경에 갖다 대기만 하면 저절로 달라붙는다.
물론 안경만 있다고 해서 쉽게 영상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안경과 영상기기를 연결해주는 컨트롤박스가 필요하다. 컨트롤박스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내장해 충전 없이도 바로 쓸 수 있고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거치대 역할도 한다. 내장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이용해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기능도 쓸 수 있지만 영상은 볼 수 없다.
◇ 스마트폰 연결해 영상·음성과 충전까지 한번에 = 설치는 간단하다. 안경을 컨트롤박스에 연결한 다음 스마트폰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같은 영상기기를 HDMI 케이블로 연결하면 끝이다. 전원을 넣은 뒤 잠시 기다리면 화면이 나온다. 영상과 음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HDMI 방식이기 때문에 영상 따로 음성 따로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다만 블루레이 플레이어나 게임기가 사용하는 HDMI 케이블과 마이버드가 쓰는 HDMI 케이블은 규격이 달라 따로 구입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더 간단하다. 마이크로USB 케이블과 생김새가 비슷한 MHL 케이블을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영상 출력과 충전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갤럭시S3이나 갤럭시넥서스, 옵티머스LTE2 등 MHL 기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화면이 바로 보인다. 스마트폰에 따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기도 하다. 2시간 넘는 대작 영화를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퇴근하다가 바로 케이블만 꽂으면 계속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MHL 기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제품 위주라 아이폰4(S)에서는 바로 화면을 볼 수 없고 변환 케이블을 써야 한다. 아이폰4는 변환 케이블을 쓰더라도 동시 충전은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을 마이버드와 연결하면 화면이 잠금 상태와 관계없이 가로 상태로 고정되며 MHL 케이블을 빼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프로젝터에서 밝기 못지 않게 중요한 건 해상도다. 해상도가 너무 낮으면 영상의 세밀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프로젝터가 쓰는 LCD 화면을 눈앞에 비추는 마이버드 역시 마찬가지다. 852×480 화소 와이드 LCD를 양쪽에 얹었고 1280×720 화소 이상 동영상에 최적화됐다. 이보다 해상도가 낮은 화면을 본다면 화면이 흐릿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요즘 스마트폰 해상도도 대부분 1280×720 화소를 넘어서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마이버드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내장해 어댑터를 연결할 수 있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쓸 수 있다. 과연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제조사가 밝힌 이용시간은 스마트폰 연결 기준 최대 210분, 충전 기능을 쓰지 않고 HDMI 케이블만 연결하면 최대 660분 가량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연결해 충전 기능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면서 확인해보니 180분 정도 쓸 수 있었다. 대작 영화 한 편을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 몰입감 높고 3D 자체 변환 기능 갖춰 = 가전업체의 3DTV 경쟁과 런런올림픽 기간 중 실시한 3D 시험중계방송 덕에 3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3DTV에 여전히 숙제로 남은 건 현실감을 살리는 몰입감이다.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셔터글라스와 편광 방식 모두 안경을 써야 해 밝기가 떨어지는 건 물론 안경 안에 시야가 갇힌다는 느낌 탓에 몰입감이 떨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경 없이 3D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거나 80인치 이상 3DTV를 개발하는 것이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상품화하는데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장은 TV 베젤을 줄여 화면 크기를 늘리는 효과를 얻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경은 필요하다. 마이버드 역시 안경을 이용해 입체영상을 볼 수 있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작은 LCD 패널로 눈앞에 영상을 뿌려주는 것이다. LCD 패널 외에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몰입감이 높아지는 원리다.
마이버드가 지원하는 입체 영상 방식은 2가지다. 첫째는 오른쪽 왼쪽 영상을 분리해서 보는 ‘사이드바이사이드’ 방식이다. 오른쪽과 왼쪽에 조금씩 다른 각도 영상을 보여줘서 입체감을 느끼게 만든다. PC나 게임 타이틀이 이런 방식을 지원하고 최근에는 유튜브에서도 사이드바이사이드 방식으로 처리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PC용 3D 게임은 트라이데프 같은 프로그램을 따로 설치하면 사이드바이사이드 방식으로 입체영상을 볼 수 있다.
둘째 마이버드가 갖춘 자체 변환 기능인 ‘2D to 3D’. 영상 깊이를 안경이 계산해서 자동으로 입체영상을 만들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3D로 만든 영상보다는 입체감이 떨어지지만 영상 입력 단자로 들어오는 모든 영상을 입체로 볼 수 있다. 입체도 초기값은 10이며 +/- 버튼을 눌러서 알맞은 상태로 설정할 수 있다.
안경을 쓴 상태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오면 일일이 안경과 이어폰을 벗어야 하는 탓에 상당히 번거롭다. 마이버드가 내장한 핸즈프리 기능을 이용하면 이런 불편함을 벗어날 수 있다. 스마트폰을 MHL 케이블로 연결한 다음 컨트롤박스에 있는 핸즈프리 단자와 스마트폰 이어폰 단자를 다시 케이블로 연결하면 준비가 끝난다. 전화가 왔을 때 오른쪽 위에 있는 핸즈프리 버튼만 누르면 바로 통화할 수 있어 편리하다.
◇ 이버즈 총평 | 古今不同 = 입체영상이나 가상현실 체험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주위 간섭 없이 영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디스플레이 장치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다. 영상 이외에 다른 사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몰입감을 높여주고 왼쪽·오른쪽 눈에 서로 다른 영상을 정확히 비출 수 있다. 또 안경 방식 3D처럼 좌·우 간섭현상이 생겨서 깜빡거리는 현상도 줄어든다.
하지만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에도 단점은 있다. 먼저 머리에 써야 하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크고 무겁다. 현재 나오는 제품은 400g 미만으로 초창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워졌다. 하지만 영상물을 시청하는 동안 통조림 하나만큼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디스플레이보다 크고 무거운 컨트롤박스와 비싼 가격도 문제였다.
아큐픽스 마이버드는 안경과 이어폰을 합쳐 130g에 불과한 무게에 컨트롤박스도 출퇴근길에 가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부피를 줄였다. 가격도 50만 원대로 크게 낮췄다. 사물이 크게 변해 예전과 지금이 같지 않다는 ‘고금부동(古今不同)’이라는 고사가 어울리는 이유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에 대한 편견을 바꿔줄 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