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리더]손진훈 충남대 교수 "국과위 기능 더 강화해야"

“정부부처 R&D기능을 모두 한 곳에 모아야 합니다. 흩어져 있는 미래기획위원회나 녹색성장위원회 등도 모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됐든 어디가 됐든 한곳으로 통합해야 합니다. 일부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국가정책이 흔들려서도 안 됩니다.” 정부 측에 `바른 말`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손진훈 충남대 교수가 정부와 과학기술계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손 교수는 과기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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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교수는 출연기관 선진화 방안을 만든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위원장 윤종용)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체계적인 과학기술 정책 정리로 두각을 드러냈다. 손 교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자문위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겸 신지식재산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공동으로 조류독감을 연구하려면, 해당 부처 장관이 협약(MOU)을 체결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새 정부에서는 부처 R&D기능을 모아 수행할 `미래부(가칭)`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가 만든 보고서가 과기 거버넌스(지배구조) 정책으로 채택되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원인을 부처 이기주의로 규정했다. 물론 과학기술계가 스스로 적극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GNP가 87달러였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수출입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중공업을 키운 `과학입국` 정책이 우리를 먹여 살리지 않았습니까.”

손 교수는 “그런 과정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며 “이제는 출연연의 정체성을 다시 수립하고, 정체성을 규정하는 틀도 새로 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국과위 역할 강화론이다. “국과위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 정권의 과학기술부 통합과 컨트롤타워 부재 때문이지만, 권한만 확실히 부여한다면 노무현 정권 때 과학기술혁신본부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삼성이 애플보다 많은 특허를 갖고 있지만, 디자인 때문에 당하지 않습니까. 대기업이 이럴진대 중소기업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청양고추 특허권을 일본이 갖고 있는 걸아십니까. IMF때 중앙종묘가 망하면서 일본이 가져갔습니다.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 말대로 특허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손 교수는 일에 일단 빠지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고 가 마무리 짓고야 마는 요즘말로 `끝장 스타일`이다. 그런 그에게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중단은 그에게 더 큰 숙제를 남겨 놨다. 앞으로 5년간 적용할 우리나라 제3차 과학기술 프레임을 새로 짜는 일이다. 그 일 때문에 손 교수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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