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헬스케어 기기 제조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도 특유의 기술력과 도전정신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 추세에 맞물려 국내 헬스케어 기기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외국계 일색이다. 식품의약안전청 조사에 의하면 국내 헬스케어 기기 관련 기업 가운데 82.9%가 해외 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단순 유통 기업이다. 제조까지 담당하는 기업은 7.3%에 불과하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스페이스, 씨유메디칼, 휴비츠, 코텍 등 토종기업들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나름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체성분 분석기 제조업체 바이오스페이스는 자체 브랜드 `인바디`로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세계 전문가용 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했다. 8점 터치식 전극법 등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자체 브랜드를 고집한 게 주효했다. 체성분 분석기는 아직 우리나라와 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만 활성화됐지만, 비만 인구 급증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씨유메디칼은 심장충격기
로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심장충격기는 심장마비 발생시 생체 리듬을 분석한 후 전기 충격을 가해 환자의 정상 심전도를 확보하는 장비다. 이 회사는 최근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출시해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심장충격기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여객항공기·공항·철도객차·선박 등에도 설치되고 있어 기회가 많아졌다. 씨유메디칼은 범용 제품을 타깃으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휴비츠는 광학현미경을 국산화한데 이어 세계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광학현미경 시장은 니콘·올림푸스·칼짜이스·라이카 4대 기업이 시장의 80~90%를 선점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 그러나 휴비츠는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광학 신뢰성 높은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 안착했다.
코텍은 의료용 모니터를 개발해 헬스케어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최근 올림푸스에 의료용 모니터를 공급했고, 연말에는 삼성메디슨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특수모니터 세계 1위 업체 바르코에 의료용 모니터를 납품할 계획이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이 매년 7~8%씩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스피콤비즈니스인텔리전스는 올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3077억달러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김희성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각국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IT와 의료서비스를 융합한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IT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노린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헬스케어 회사 매출 추이(단위:억원)
자료:각사 취합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