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정보를 담아 하드디스크보다 수 배 이상 빠르게 작동하는 SSD 바람이 거세다. 애플 맥북에어를 시작으로 지난 2011년 인텔이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노트북인 ‘울트라북’은 하드디스크 대신 SSD만 달았다. 처음에는 가격에 비해 적은 용량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GB당 단가가 내려가고 대중화되면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128GB 제품이 11만 원대로 내려오면서 1GB당 단가가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갔다.
◇ 여전히 건재한 하드디스크…왜? = 그렇다면 노트북에서 하드디스크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울트라북 중에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SSD 대신 하드디스크를 쓴 제품이 있고 울트라북 판매량이 예상외로 부진한 탓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5일 시장조사기관 IDC가 밝힌 바에 따르면 상반기 전세계 울트라북 출하량은 고작 50만 대에 그쳤다. 2012년에 노트북이 2억 2,500만 대 이상 팔릴 것이라는 통계와 비교해 보면 매우 적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SSD나 클라우드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덩치 큰 동영상이나 각종 파일을 보관하는 기억장치로도 인기가 높다. 128GB SSD 가격이 크게 내렸지만 256GB 제품은 아직도 30만원을 오가기 때문에 선뜻 사기는 부담스러운 데다 윈도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나면 실제로 남는 용량은 상당히 적다. 각 통신사나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인터넷을 쓸 수 없는 곳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일부 서비스는 동영상이나 프로그램 파일 등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파일을 아예 올릴 수 없도록 막아놓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오픈마켓에서는 대용량 파일을 넉넉하게 보관할 수 있는 대용량 USB 하드디스크 수요가 높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 USB 하드디스크 판매량에서 1TB 제품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 가격은 낮추고 불안은 덜고 = G마켓(www.gmarket.co.kr)은 4일 1TB USB 하드디스크인 ‘버팔로 미니스테이션’(HD-PNTU3)을 500개 한정으로 8만 9,900원에 판매한다. 기존 오픈마켓 최저가가 11만 원대에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2만원 이상 저렴하다. 1GB당 단가도 899원 꼴이다. USB 3.0 인터페이스로 덩치 큰 파일을 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였고 내장 프로그램 ‘터보PC·터보카피’를 이용하면 파일이 더 빨리 복사된다.
상품을 기획한 G마켓 강주희 CM은 “지난 해 태국 홍수로 인한 하드디스크 대란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1TB 대용량 USB 하드디스크를 찾는 고객들이 많았다. 지난 7월에 판매했던 500GB 제품이 5분 만에 다 팔린 것을 보고 용량을 2배로 올리면서 가격을 낮춘 제품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USB 하드디스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보안과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다. 버팔로 미니스테이션은 256비트 암호화 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갖춰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저장된 파일을 불러올 수 없게 만들었다. 충격방지 기능을 기본으로 담아 데이터가 손상될 가능성을 낮췄고 스마트폰·태블릿 연동 기능도 담았다. 구입일부터 3년간 무상보증 서비스를 제공해 이상이 생기면 바로 교환받을 수 있다.
◇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 ‘틈새 시장 노려라’ = 가격이 저렴한 하드디스크와 속도가 빠른 SSD의 장점만 한데 모은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도 머지않아 선보일 예정이다. 웨스턴디지털(www.wdc.com/kr)은 지난 9월 중순 투자자 회의에서 SSD와 하드디스크를 결합한 5mm 두께 하이브리드 하드디스크를 선보였다. 이 하드디스크는 기존 9.5mm 하드디스크에 비해 두께를 절반 수준인 5mm로 줄였고 값은 SSD의 10% 수준으로 낮췄다. 웨스턴디지털은 “5mm 하드디스크를 통해 하드디스크 탑재 제품 중 가장 얇은 노트북컴퓨터가 선보이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