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호처리(DSP) 반도체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2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세계에서 처음 발명해 인류에 획기적인 전기를 안겨준 DSP는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첨단 기기를 있게 한 기술적인 시초이기도 하다. 이제 DSP는 모바일, 고성능, 저전력이라는 반도체 시장의 요구에 따라 멀티코어 아키텍처로 진화하고 있다.
DSP는 아날로그 신호를 0과 1로 표시하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 수학적 연산 작업을 통해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주로 영상을 구현하는 멀티미디어 분야에 영향력을 끼치며 스마트 세상의 초석을 닦았다. 이후 통신, 의료,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뻗어나갔다.
이 기술이 처음 적용됐던 것은 지난 1978년 유럽 하계 CE 전시회에 소개됐던 말하는 유아용 장난감 `스피크 앤 스펠`이다. TI 관계자는 “당시 스피크 앤 스펠은 지금의 아이폰에 버금가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며 “단어를 입력하면 소리내 발음을 읽어주는 단순한 교육용 장난감이었지만 최초의 LPC 스피치 분석기 집적회로를 통해 구동돼 그 자체로 음성 프로세싱의 혁신을 이뤄냈다”고 전했다.
5년 후 최초의 상용 프로그래머블 DSP인 `TMS32010`이 시장에 공개됐다. 이때부터 여타 경쟁사들이 DSP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DSP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DSP의 용도가 피처폰, 전력선 모니터, 모뎀, 보안 시스템 등으로 다양화되자 칩 자체는 물론이고 개발 환경, 지원, 그외 제품 설계에 필요 요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 TI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1세대 `오맵(OMAP)`을 발표했다. 애플의 아이폰 발표 이후 스마트 기기가 급속도로 공급되면서 퀄컴, 삼성, 엔비디아 등 굴지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앞다퉈 모바일 AP에 뛰어들었고 DSP 시장의 외연을 확장했다.
DSP 글로벌 선두주자인 TI에 따르면 DSP 시장의 미래는 멀티코어 DSP다. TI 관계자는 “지난 2010년 처음 등장한 멀티코어 DSP는 산업 자동화, 의료 영상, 슈퍼 컴퓨팅, 무선 기지국 등 고성능을 요구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그 수요를 늘려갈 것”이라며 “DSP의 발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며 시장의 요구에 한 걸음 앞서 대응하며 시장 발전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