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캐리어(MC) 기술 탑재 허용 여부 관심
애플이 아이폰5에 SK텔레콤의 멀티캐리어(MC) 기술 탑재를 허용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출시 초읽기에 들어간 `아이폰5`에 두 개의 주파수를 오고가며 데이터 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MC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애플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며 특정 통신사의 소프트웨어 탑재를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MC 허용은 `애플 웨이(Apple way)`가 깨지는 첫 사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MC를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탑재를 위해 애플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애플과 MC 서비스용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내놓기 위한 협상을 미국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진행 중”이라며 “MC가 통신사 부가기능이라기보다 기본적인 데이터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라는 점을 들어 애플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MC 기술은 롱텀에벌루션(LTE) 데이터 이용 시 트래픽이 적은 주파수 대역을 자동으로 선택해 원활한 통신이 가능토록 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통신사로는 SK텔레콤이 처음 상용화했다. 800㎒ 주파수를 주 대역으로, 1.8㎓를 MC용 보조 대역으로 사용하는 SK텔레콤은 아이폰5가 이 두 대역에 LTE 통신을 모두 지원하면서 당장 MC 적용이 가능하다.
주파수 대역을 지원한다고 MC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단말기에 설치해야 한다. 삼성전자와는 달리 애플은 지금까지 통신사의 부가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판매 전 선탑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통신사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더라도 모두 같은 소프트웨어 조건에서 이용하도록 한 정책이다. SK텔레콤에 아이폰5 판매 전 MC용 소프트웨어 탑재를 허용하게 되면 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는 첫 사례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통신사의 요구라는 점 때문에 애플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며 “SK텔레콤에 MC 소프트웨어 탑재를 허용하면 추후 주파수 대역 조건이 부합하는 다른 통신사들도 기술 개발을 마친 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에 비해 국내 애플 충성고객 기반이 적은 SK텔레콤으로선 KT보다 아이폰5 판매 우위를 점할 절호의 기회다. 지금까지 KT 아이폰 가입자는 SK텔레콤의 세 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MC가 성사되면 KT 구형 아이폰 가입자를 SK텔레콤으로 끌어올 마케팅 기반이 된다. SK텔레콤 측은 “애플의 정책상 애플의 공식 발표 전에 아이폰5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5는 온라인 사전 예약 주문을 시작한 지 24시간 만에 200만대 이상 주문량이 몰리며 엄청난 인기몰이를 예고했다. 한국에서도 전파인증을 통과해 출시가 임박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