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보호무역주의가 시작됐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지식재산(IP)권을 활용한다. 특허는 발명의 권리화를 넘어서 생존 경쟁의 수단이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 특허 침해 소송은 우리의 안이한 특허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미흡한 준비로 직격탄을 맞은 지식재산 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할 때다.
전자신문 창간 30주년을 맞아 연 `특허전쟁의 승패가 국가의 미래다`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삼성·애플 특허 전쟁에서 우리나라 특허 관리 체계의 부족함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범부처 협력 대응을 통해 특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16면
지난해 4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특허 침해소송을 시작으로 두 기업 사이 특허 분쟁은 9개국에 걸쳐 52건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과 미국 새너제이 지방법원 배심원 평결이 상반되면서 특허 분쟁에 세계가 주목했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장은 “특허 전쟁은 양자 간 싸움이 아니라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며 “중소기업 등 대다수의 기업은 글로벌 특허 분쟁에 대한 준비가 덜 됐다”고 말했다. 특허 분쟁 당사자가 다른 나라의 특허 관련 문화·소송제도·비즈니스 전략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인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의 IP 전담 인력 보유율은 14.3%다. 담당인력은 업체당 평균 0.4명이다. 열악하다. 김호원 특허청장은 “컨설팅 등 IP 서비스업체가 영세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역량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IP 산업 발전을 견인할 전문 인력 양성과 기업 IP 담당자 대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량 강화를 통해 산업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인식 제고만큼 시스템 점검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기업에서 특허팀이 지원 수준이 아닌 경영 위치에 올라야 한다”며 “지식재산최고책임자(CIPO)가 사장급이 돼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학계도 리갈 클리닉(Legal Clinic)을 통해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방적 지원보다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전략도 필요하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기업 내 직책별 특허 지원 모델, 기업 규모별 모델이 있어야 한다”며 “단계별 모델을 갖추면 특허 대응법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 대기업을 위한 특허 전략을 맞춤별로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특정 기관이 아닌 정부·산업계·학계 등 범부처 차원에 노력해 특허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삼성전자·애플 소송 현황 요약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