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 큰 R&D가 미래를 만든다

국가 연구개발(R&D) 성공률 90%대. 정부가 R&D 예산을 지원해서 거둔 성공률이라고 한다. R&D 과제 완료기준으로 보면 성공률은 97·98%까지 올라간다. 정부 예산으로 R&D 과제를 수행하면 열에 아홉 이상은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대단한 성공률이다. 이 정도 성공률이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이것은 성공률이 아니라 목표 달성률에 가깝다. 과제 수행계획서대로 R&D 활동을 한 것이지 상용화했다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R&D 성공률 착시현상이다.

R&D 성과관리를 둘러싼 공방은 끊이지 않는다. R&D 예산관리는 해마다 열리는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R&D 과제 선정 문제부터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오른다. 성공률이 낮으면 예산 낭비라는 질타가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R&D 평가관리기관이나 과제 수행기관은 성공률에만 집착하는 역효과를 냈다. 성공률에 올인하다 보니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기술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최근 `국가 R&D 사업 도전성 강화방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도전과 모험 연구를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패 위험성은 높지만 성공하면 학문적 성취는 물론이고 산업 활용도가 높은 R&D를 혁신도약형 R&D로 지정해 장려한다는 설명이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과제라도 성실하게 연구한 것으로 인정되면 정상적인 연구수행으로 간주하는 `성실실패`도 허용하기로 했다.

각 부처는 당장 내년부터 예산이 허락하는 대로 혁신도약형 R&D 사업에 우선 배정하고 점차 비율을 늘려가기로 했다고 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혁신도약형 R&D 사업 추진근거를 마련해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래 성장 잠재력을 키우려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때로는 연구수행 결과보다는 수행 과정에 중점을 두는 평가도 필요하다. 통 큰 R&D 투자 없이 커다란 미래 먹거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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