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콘텐츠한류]K컬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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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손에 의해 탄생한 문화콘텐츠가 세계를 주름잡는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제작된 음악, 드라마, 영화, 만화가 세계인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물한다. 벽안의 외국인이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로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정서적 치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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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은 문화 변방국이 아니다. 외국인이 열광하는 콘텐츠 수출 중심국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문화수출`이라는 단어는 생경했다. 하지만 오늘날 콘텐츠 창작은 고부가 수출산업이 됐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다이내믹 코리아로의 전환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K팝과 K컬처 등 한국만의 독특한 창작물은 아시아적 가치를 뛰어넘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별화되면서 묘한 매력을 갖췄다. 과거 해외에서 벌어지는 콘서트는 교민들만의 잔치 성격이 짙었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피부색에 상관없이 만국의 공통 노래가 됐다.

최근 2NE1 미국 공연을 보러 온 관중의 80∼90%는 흑인 또는 백인이었다.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가수들의 손짓과 율동 및 리듬을 따라 배우면서 그저 즐긴다.

이 같은 K컬처의 활발한 해외 진출은 긍정적 후방 효과도 나타내고 있다. 한류 팬이 늘면서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화장법, 패션 등을 따라하고 화장품·의류 등 한국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한류 콘텐츠를 보기 위해 한글 배우기 열풍도 한창이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이처럼 한류 팬을 사로잡는 것은 IT와 콘텐츠가 절묘하게 결합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한국산 콘텐츠가 해외로 뻗어나가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다. 뉴미디어와 IT는 한국 콘텐츠 기업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마케팅 능력부족을 충분히 메웠다는 평가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한류는 IT라는 뉴미디어로 문화가 전파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경제력, 군사력 다음에는 소프트웨어와 한류가 만나는 `스마트파워`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별로는 여전히 게임이 효자상품이다.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임 분야는 지칠 줄 모르는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게임 수출액은 24억6800만달러로 작년 대비 11.6% 성장할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 콘텐츠의 중국 수출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K팝이 붐을 나타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2010년까지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35%에 이른다. 일본은 배용준과 장근석 등 한류 스타에 이어 여자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K팝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파워풀한 댄스와 뛰어난 가창력은 10·20대를 넘어 중장년층까지 열광하게 만든다.

웹툰을 포함한 만화 역시 향후 미래 콘텐츠 강국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남서부의 소도시 앙굴렘에서는 연초 유럽 최대 만화축제가 열리고 전 세계 만화인이 모인 가운데 전시회와 강연, 시상식이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2023년 세계 만화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2013년 앙굴렘 행사에 주빈국으로 참가한다. 2003년에 이어 10년 만이다.

김병헌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지난 10년은 일본 망가(Manga)의 아류작이 아닌 한국 만화(Manhwa)가 존재를 확인한 시기였다면 내년 행사는 한국형 만화인 K코믹스의 세계화가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한국형 디지털 만화가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콘텐츠 수출의 새로운 견인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