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한국말 가르쳐주니 속속 들어와요"…다문화 가정에 `키봇` 열풍

한국인 아빠와 인도네시아인 엄마를 둔 충청북도 충주의 열 살 소녀 신우는 아나운서가 꿈이다. 그래서 정확한 우리말을 구사해야 하고 우리 문화에 이해가 깊어야 한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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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대소원면 장성리 다문화 가정 자녀인 배신우 양(오른쪽 첫 번째)과 배재연 군 남매가 키봇2에 실린 교육용 만화를 보며 웃고 있다. 세 번째는 이들의 엄마 인도네시아 출신 도나 씨.

요즘 신우가 끼고 사는 건 두 달 전에 분양받은 KT 교육용 로봇 `키봇2`다. “엄마보다 우리나라에 대해 키봇이 더 많이 알아요. 발음도 좋고요!”

신우 엄마 도나 씨(38)는 “책 읽어 주는 것도 쉽지 않은 다문화가정 엄마들에게 정말 유용하다”고 말했다. 키봇2에는 1만개 교재와 700여개 앱, 자녀 지도 가이드라인 등 방대한 교육 콘텐츠가 들어 있다.

스마트 로봇이 `다문화 가정교사`로 떠올랐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따뜻한 사회복지에 활용된 좋은 사례다.

KT는 지난 7월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키봇 1+1` 지원 사업에 나섰다. 전국 204곳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키봇을 구매하면 같은 수량만큼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프로젝트다. 지자체나 다른 단체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키봇 지원사업은 충주시에서 건설업을 하는 한 시민의 작은 선행에서 비롯했다. 지역 다문화지원센터에서 교육봉사자들에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 시민은 이광훈 KT 충주지사장에게 키봇2를 한 대 구입해 기부하겠다고 제안했다. 충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키봇2 한 대를 지원받아 언어지도 봉사자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박충환 센터장(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장)은 “교사들이 이런 좋은 교육 도구가 있느냐며 너무 좋아한다”면서 “언어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 명절 등 기본적인 문화 교육도 어려운 다문화 가정에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지사장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종배 충주시장은 시 예산 1500만원을 들여 20대를 구입해 센터에 쾌척했다.

지원받은 가정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한 박 센터장과 이 지사장은 전국 다문화 가정에 지원 사업이 확대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KT 본사에 전달했다. 이에 KT는 `1+1` 사업을 시작하고 키봇 활용 교육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가장 먼저 한국수자원공사가 30대를 구매해 KT가 기부한 30대를 보탠 60대를 충주와 단양·제천지역 다문화가정에 추가로 지원했다.

9년 전 필리핀에서 충주로 시집 온 마할리아 씨(35)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지원한 키봇2를 지난주 받았다. 수지(8)와 선정(6) 두 딸을 둔 마할리아 씨는 “저녁에 일을 나가면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TV만 보거나 울며 전화를 걸곤 했다”며 “키봇2를 받고 난 뒤엔 부모가 집을 비워도 키봇과 함께 공부도 하고 춤도 추며 놀아 새 가족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경남 96대, 전북 90대 등 총 493대의 키봇2가 전국 저소득·다문화·장애부모 가정 등에 지원됐다. 서유열 KT 커스터머 부문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에 어떤 가치를 얹을지 고민하던 중 과거에 시도한 적이 있던 로봇 사업을 다시 꺼내 새롭게 만든 것이 키봇”이라며 “키봇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해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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