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2위 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즌과 AT&T가 신규 가입자에 대한 보조금 전쟁 대신 기존 가입자 우대 정책을 통해 우수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살포로 가입자 빼앗아오기에 급급한 우리나라 통신 영업과는 정 반대 결과다. 신규 가입자에게만 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존 장기 사용자 혜택은 늘리지 않는 영업행태로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등에 따르면 버라이즌·AT&T는 지난 2분기 각각 143만명·127만명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다. `다량의 보조금 살포로 이익률이 나쁠 것`으로 짐작하기 쉬우나 EBITDA 마진율(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으로 수익 창출 능력 지표) 역시 각각 49%, 4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보조금 투입은 스프린트넥스텔·T모바일이 더 적극적이었지만 이들은 오히려 가입자를 빼앗겼다.
SA는 “버라이즌과 AT&T의 좋은 실적은 장기 가입자 할인과 단말기 재구매 혜택 등 기존 가입자에 대한 우대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했다.
SA에 따르면 버라이즌과 AT&T의 2분기 월평균 해지율은 0.87%·0.97%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2.4%)·KT(2.8%)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고객 충성도가 우리나라 통신사에 비해 세 배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내 두 통신사의 EBITDA 마진율은 24.9%·22%로 미국 선두 기업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통신사는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버라이즌은 자사 `충성고객(loyal customer)`에게 요금 할인과 함께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을 무료로 제공한다. 최신 기기 구매 시장을 늘리는 대신 적절한 수준의 스마트폰을 무상 지원해 기존 가입자를 잡아두는 전략이다. AT&T도 지난 3월 장기 가입자 우대 서비스 `AT&T 플러스`를 내놓고 우량 가입자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 정책을 시작했다.
반면 국내 통신사의 장기 가입자 대우에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SK텔레콤은 2년 이상 가입자에 5%, 3년 이상 7%, 5년 이상 10% 비율로 음성 통화료를 할인해 준다. 하지만 이 경우 단말기 구입 시 제공되는 추가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또 `행복기변` 서비스를 통해 2년 이상 가입자가 단말기 재구입 시 최대 10%까지 할인해 주지만 요금 할인은 함께 적용받지 못해 `생색내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존 가입자 우대 방식 중 하나인 `멤버십` 정책도 실질적인 고객 충성도 확보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KT는 올해 들어 자사 멤버십 서비스 `올레클럽` 등급산정 기준을 이동전화 요금뿐만 아니라 유선도 포함시키고 있다. 장기 가입자보다 더 많은 상품에 가입한 이용자가 혜택을 누리는 방식으로, 신규 가입자 유인 전략의 한 종류다. 또 회원 등급을 늘리면서 10년 이상 가입자는 등급 상향 혜택을 받아도 연간 이용 요금이 60만원에 미치지 못하면 VIP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단말기 가격을 제하면 사실상 최고가 요금제 사용자가 아닌 이상 연 60만원 사용은 어렵다.
국내 통신사는 기존 고객 대신 신규 가입자 유치전에 열을 올리며 대량의 마케팅비를 투입한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가입자 우대 정책보다 신규 가입자 유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있다”며 “가입자 이탈에 대해선 신규 유치보다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버라이즌·AT&T·SK텔레콤·KT 2분기 EBITDA 마진율 및 해지율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