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하드웨어(HW) 강화에 방점을 둔 `아이폰5`를 내놓았다. 소프트웨어(SW) 혁신 리더로 꼽히는 애플이 슈퍼폰 경쟁에 가세하면서 모바일 시장 패러다임은 다시 HW 중심으로 회귀했다. 스마트 생태계 4대 구성요소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CPND)에서 네트워크와 단말기가 차지하는 중요성도 다시 커질 전망이다.
13일 새벽(한국시각) 애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 센터에서 차세대 아이폰 `아이폰5`를 발표했다. 관련기사 3면
전작에 비해 화면은 커지고 두께는 가장 얇다. 통신칩에 롱텀에벌루션(LTE) 지원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속도는 두 배 빨라졌다.
애플이 과거 신작 공개 때마다 선보였던 소프트 파워 리더십과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출 역량은 약화됐다. 반면에 강화한 HW 요소가 이를 상쇄해 전작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모바일 기기 시장은 2007년 첫 아이폰이 나온 후 애플이 치고 나가면 경쟁사가 뒤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앱마켓·클라우드·음성인식 등 애플 행보는 사실상 모바일 스마트 시장의 교과서로 통했다.
1~2년 새 상황이 바뀌었다. 애플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서비스 부문은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발전에 따라 격차가 좁혀졌다. iOS와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고 윈도폰 운용체계(OS)까지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추세다.
자연스럽게 HW 차별화가 중요해졌다. HW 경쟁은 안드로이드 진영이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로 5인치 이상 대화면폰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안드로이드폰 업체 사이에 쿼드코어폰 개발 경쟁이 일어났다.
HW 요소가 강화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새 국면을 맞았다. 상대적으로 하드웨어에 강점을 보였던 삼성전자 등 한국 스마트폰업체로선 유리해졌다. 삼성전자는 혁신에 필수적인 부품 수급도 용이하다. 애플은 콘텐츠 생태계를 이끌었지만 부품 생태계 지배력은 떨어진다. 애플이 원하는 방향으로 HW 혁신을 이끌어가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애플은 HW 경쟁 속에서 차별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5에서도 화면 대형화 추세를 따르되 고유 디자인 스타일을 유지했다. 두께를 최소화해 경쟁작과 다른 포인트를 줬다. 유심카드를 기존 마이크로심보다 작은 나노심으로 전환하고, 커넥터를 30핀에서 8핀으로 교체한 것도 애플만의 차별화 노력이다.
제2차 HW 경쟁이 피처폰 시대 단순한 스펙 싸움이 아니라 각사만의 고유한 컬러를 강조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 부사장은 “아이폰5 발표에서 가장 취약한 점은 애플이 전작과 달리 SW 역량에 기반을 둔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라며 “애플은 HW 경쟁을 받아들이되 차별화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