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은 롱텀에벌루션(LTE) 시장에서도 복잡한 함수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피말리는 경쟁을 펼치는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보면 경쟁자로 만나는 `악연`이다. 부품-세트라는 수직 계열 구조에서 바라보면 서로 윈윈하는 `파트너` 조합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폰5에 관계없이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애플과 부품 분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5 흥행 여부를 놓고 삼성전자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휴대폰, 계속되는 제로섬 게임=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숨막히는 경쟁을 거듭했다. 애플에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갤럭시 시리즈로 애플을 맹추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휴대폰 매출 세계 1위에 올랐다. 올 1분기 애플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2분기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LTE 스마트폰 시장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한발 앞서 LTE폰 사업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세계 LTE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했다.
애플이 LTE폰 시장에 진출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낮아질 공산이 크다. 동일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회사가 경쟁하기 때문이다.
LTE폰 시장에서 아이폰5가 영역을 넓힐수록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은 떨어진다. 점유율 하락은 대응 마케팅 강화로 이어진다. 이는 곧 삼성전자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낮추는 악재로 연쇄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부품,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삼성전자 반도체·부품 사업에서 애플을 바라보는 시각은 VIP 고객 그 자체다. 최근 특허소송전을 둘러싸고 애플의 삼성전자 부품 축소설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두 회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2일 중국 시안 반도체 팹 기공식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설립 이래 세트와 부품사업은 별개로 운영돼 왔다”며 “세트에서는 경쟁관계지만 부품에서는 애플이 주요한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5가 전작에 비해 혁신성은 떨어지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투자자문사 애널리스트가 출시 일주일 만에 텐밀리언셀러(1000만대 판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아이폰이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삼성전자 반도체·부품 사업은 매출 증가로 이어져 긍정적이다.
◇특허전쟁 최대 변수 부각=휴대폰과 부품 사이에 형성된 복잡한 함수 관계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특허전략을 짜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LTE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LTE 통신표준특허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아이폰4S 공개 직후 유럽에서 판매금지가처분소송을 냈다. 아이폰5에 대해서도 초반 돌풍을 견제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부품 사업에서 접근하면 이 같은 관측은 힘을 잃는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3G 통신표준특허를 놓고 1년 넘게 공방을 펼쳤으나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LTE로 특허전을 확전하면 자칫 부품 분야 협력관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LTE 특허소송에서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우성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애플은 3G에 비해 LTE에서 더 많은 특허를 보유했다”며 “이를 잘 알고 있는 삼성전자가 LTE 특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