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저가 스마트폰 `갤럭시Y프로`는 해외에만 출시됐다. 그런데 최근 일부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역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쿼티 자판을 탑재해 터치스크린이 불편한 사용자가 많은 관심을 갖는데다 단말기 가격이 20만원 안팎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 용산·테크노마트 등 휴대폰 집단상가에는 `중고폰 수집책`이 돌아다닌다. 판매점이 새 제품을 팔며 수거한 중고폰을 매입하거나 새 휴대폰을 둘러보는 소비자에게 직접 현금을 주며 사들이기도 한다. 이들 중고폰은 대개 중국 등으로 수출된다.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이 왜곡되면서 나타난 단면이다. 국산 저가폰 역수입이 늘어나는가 하면 고가 중고폰은 반대로 수출량이 크게 늘고 있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소비자 수요와 상관없이 고가 프리미엄폰 마케팅만 강화한 결과다.
역수입된 저가폰은 결국 무상 사후서비스(AS)는 안되고 유상 AS만 가능해 소비자에게 부담이다. 중고 스마트폰 수출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에 담긴 개인정보 유출 피해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 국산 저가폰 역수입은 알뜰폰(MVNO)·단말기 자급제를 시작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프리미엄 제품에 고액의 보조금을 실어 고가 요금제와 긴 약정기간을 묶어 파는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제조사·통신사가 저가 제품 내놓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자급제용 `갤럭시M스타일`을 내놓긴 했지만 실제로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해외용보다 가격이 비싸다.
일선 온라인 판매점이 파는 역수입 스마트폰은 대부분 구매대행 업체로부터 한꺼번에 사들인 물건이다. 온라인 판매점을 3년간 운영해온 박 모씨는 “주로 북미와 홍콩 시장에서 나온 제품을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사들이는 때가 많다”며 “100~200대씩 물량이 나오는데 그 중 10~20대를 한꺼번에 사들여 통신서비스와 함께 이윤을 붙여 파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괜찮은 사양임에도 3세대(G)라는 이유로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일도 많다. 이 때문에 3G 위주로 영업을 진행하며 단말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MVNO 사업자도 역수입 스마트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MVNO 관계자는 “LG전자 옵티머스L 시리즈 등은 디자인과 기능이 모두 좋지만 3G라서 국내 라인업에 끼지 못했다”며 “중국산 저가폰이 국내에선 시장성이 없다고 판명난 만큼 국산 해외용 저가폰을 역수입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MVNO·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를 뒷받침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중고폰`은 중국 등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다. SK텔레콤 `T에코폰`, KT `그린폰` 등 통신사가 중고폰 매입·재판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장에 쏟아지는 중고폰 물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활성화된 SK텔레콤 T에코폰 회수율이 10% 수준이다.
용산·테크노마트 등 전자상가에는 중고품 수집상이 부쩍 늘었다.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통상 2년 전 출시된 중고 스마트폰을 그 자리에서 대당 8만~9만원을 주고 사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매입된 중고폰은 주로 중국에 팔린다. 이통사가 중고폰을 매입할 때 진행하는 개인정보 삭제 등 초기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이고 보이스 피싱 위험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도난폰이 팔리는 것과 같은 방법인 점조직을 이용한 밀수출로 중국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고가 신제품·요금제 밀어내기에만 급급한 국내 휴대폰 시장이 왜곡된 유통구조를 만들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지적이 높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