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9일. 온 국민의 시선이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로 쏠렸다. 역사적인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가 예정된 시간은 오후 5시. 수차례 연기 끝에 디데이를 잡은 나로호 발사는 4시 45분 자동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발사 성공 기대감도 잠시 나로호는 발사 7분 56초를 남겨 두고 돌연 중지됐다. 자동발사기능에 문제가 생겨 19일 발사는 취소됐다. 이유는 압력 변화를 잘못 인식한 소프트웨어 결함. 소프트웨어 문제를 해결한 나로호는 25일 재발사를 추진했다. 오후 5시 예정대로 나로호가 발사됐고 54초 후 음속을 돌파했다. 하지만 상단부 페어링 분리에 실패했고 계획보다 높은 고도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와 분리했다. 결과적으로 1단과 2단 분리, 위성 분리는 성공했지만 페어링 분리 이상으로 위성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게 1차 발사까지 7년의 시간과 5025억원 예산이 투입된 나로호 개발사업 첫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나로호(KSLV-I) 개발 사업은 2002년 8월 시작됐다. 목표는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첫 우주발사체 개발 및 발사. 2004년 9월 한·러 우주기술협력 협정 체결로 구체화된 나로호 개발 사업은 2006년 10월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 체결 및 발효로 탄력을 받았다. 2007년 12월 발사체 및 발사대시스템 개발 일정 및 발사시기를 확정했고 2009년 8월 19일 첫 도전에 나섰다.
많은 이들이 나로호를 위성으로 알고 있지만 나로호는 과학기술위성 2호를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발사체다. 러시아가 개발한 1단 액체 엔진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2단 킥모터(고체모터)로 구성됐다. 나로호 발사 성공이 중요한 것은 나로호가 진정한 우주발사체 개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주발사체 핵심은 1단 로켓으로 나로호 발사가 성공해야 1.5톤짜리 위성을 쏘아 올리는 진짜 우주발사체 KSLV-Ⅱ 개발이 가능하다.
한 번 실패를 맛본 나로호 발사는 10개월 후인 2010년 6월 9일로 확정됐다. 1차 발사 실패 원인인 페어링 분리 문제는 새로운 페어링 제작하고 원인으로 추정된 전기적 방전과 기계적 끼임 현상을 막기 위한 전기회로 교체, 페어링 분리기구 틈 보강 등의 조치를 취했다. 2차 발사 하루 전 열린 최종 리허설 역시 특별한 문제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며 성공 기대감을 높였다. 전문가들도 1차 발사 때 페어링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해당 부분 문제점을 보완한 2차 발사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2차 발사 역시 순조롭지 않았다. 7일 오후 발사체 기립을 시도하던 중 나로호 1단의 지상관측장치(GMS)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한 반응을 보여 작업이 중단됐다. 9일 최종 발사 시각인 오후 5시를 세 시간여 앞둔 상황에선 소방 설비 오작동으로 3개 노즐에서 소화 용액이 누설됐고 발사가 연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발사대 소화 장치는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조설비로 발사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행여 모를 악영향에 대비해 2차 발사가 연기됐다. 2차 발사는 당초보다 하루 늦은 10일 오후 5시 1분으로 재조정됐다.
10일, 예정된 시간에 발사된 나로호는 우주강국이란 국민의 염원을 담고 우주로 향했다. 나로호는 이륙 55초 만에 음속을 돌파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발사 137초 만에 목표 궤도 진입을 앞두고 페어링 분리 전 통신이 두절됐다. 나로호는 70㎞ 상공에서 폭발했다. 원인은 1단 액체 엔진 과열. 나로호가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1단을 제작한 러시아 과실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규명에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2011년 6월 2차 발사 실패원인을 매듭지을 민간전문가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9월 러시아가 2차 발사 실패는 한국 책임이라는 발표를 하자 교과부가 정면 반박하는 등 책임 소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발사 실패 원인으로 `1단 추진시스템 이상 작동에 의한 1·2단 연결부 구조물 부분 파손`과 `산화제 재순환라인 및 공압라인 등 부분 파손`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발사 실패 원인으로 `상단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을 주장했다.
실패 원인을 두고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벌였지만 이와는 별도로 3차 발사를 위한 준비도 시작됐다. 우리 측은 2011년 2월 3차 나로호에 탑재할 위성 제작에 들어가 2단 로켓 제작을 마쳤고 러시아 측도 1단 로켓 제작에 돌입했다. 결국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실패원인 조사 결과를 3차 발사에 참고하자는 선에서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3차 발사를 위한 본격 준비에 들어갔다.
2011년 12월, 양국은 나로호 3차 발사를 위한 기술협의를 마쳤고 2012년 2월, 나로호 3차 발사 종합점검단 제2차 회의 개최, 3월 발사허가 심사위원회 1차 회의 개최를 거쳐 7월 국가우주위원회 나로호 3차 발사계획서 허가심사 의결했다.
나로호 3차 발사 예정 시기는 2012년 10월. 발사를 위한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항우연은 1, 2차 발사 실패 원인인 나로호 상단부 개선 조치를 완료하고 상단부 나로우주센터 이송을 위한 최종 점검을 마쳤다. 8월 러시아가 제작한 1단 발사체가 도착한 후 최종 발사일을 정해 국제기구에 통보할 예정이다. 8월 발사대 시스템 점검 후 9월 나로호 총조립에 돌입한다.
3차 발사는 앞선 두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실패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3차 발사에는 두 가지 기술에 변화가 있다. 한·러 공동조사단의 실패 원인 분석 과정에서 제기된 2단부 비행종단시스템(FTS) 에러 가능성에 대비해 FTS에서 화약장치를 없앤다. FTS는 발사체 비행 궤적 오류로 피해가 예상될 경우 자동 폭파를 위한 장치다.
상부 페어링 분리장치의 고전압 기폭장치도 저전압으로 바뀐다. 폭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정부는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나로호 3차 발사 종합점검단 운영으로 실패 원인에 대한 보완대책을 철저히 마련한 만큼, 10월 3차 발사 성공을 기대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장
-나로호 발사 성공의 의미는.
▲자주적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에 맞는 위성을 개발해 자국의 발사장에서 자국 발사체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로호 발사는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 우주기술 자립과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정이자 투자다. 나로호 발사가 두 차례 실패했지만, 발사체 선진국인 러시아와 기술에서 협력해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발사체 설계·종합 기술, 발사장 구축, 발사운영 기술 등을 확보했다. 더불어 설계→제작→시험→조립→발사운영→발사에 이르는 전체 위성발사체 개발 과정을 러시아 기술진과 공동으로 수행, 독자적인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꼭 필요한 선개발국의 운영체계와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또 나로호 상단 부분은 자체 개발을 통해 구조체, 유도제어, 계측통신 등 요소기술과 인공위성을 궤도에 투입시키는 킥모터 등의 기술을 확보했다.
나로호 개발은 발사체 독자개발을 위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으며, 2010년 착수한 후속 한국형발사체(KSLV-II) 독자개발에 직접 연계·활용되고 있다.
-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 원인은.
▲지난 2009년 8월, 1차 발사에서는 이륙 후 216초께에 두 쪽으로 된 페어링 중 한 쪽만 분리됐다. 실패원인을 조사한 결과, 페어링이 분리되는 고도 170㎞ 부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기적인 방전으로 페어링을 분리시키는 화약이 폭발하지 않았거나, 페어링을 분리하는 장치가 불완전하게 작동해서 기계적으로 끼였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런 실패 가능성을 개선·보완하는 여러 조치를 했고, 또 실제로 발사할 페어링으로 두 차례 분리시험을 실시해서 최종적으로 확인 과정도 거쳐 2010년 6월 2차 발사에 임했지만, 이륙 후 137초께 1단 비행구간 중에 갑자기 나로호와 지상국 간에 통신이 끊기고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실패원인으로 1단 추진시스템 비정상 작동과 상단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주발사체 특성상 발사실패 시, 잔해를 수거하거나 사고 현장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행 중 로켓에서 지상으로 전송해준 원격측정데이터에 의존해서 원인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실패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지만, 가능한 모든 원인을 도출했다.
-나로호 3차 발사 이후의 계획은.
▲나로호 개발은 100kg급 소형위성을 지구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 개발을 바탕으로 발사체 독자개발을 위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기 위한 중간 단계다. 두 번 나로호 발사에 실패했지만, 나로호 개발과 발사 과정에서 발사체 설계, 종합·발사운용 기술, 발사체 상단 기술, 발사대시스템 기술 등 우리나라가 발사체를 독자개발하기 위한 필요한 귀중한 기술과 경험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발사체 독자개발을 통한 기술 자립이라는 기술적 연장선상에서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후속 한국형발사체(KSLV-II)의 독자적인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한국형발사체 사업은 지난 2010년 착수해 올해 시스템설계를 완료하고 현재 예비설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3차 발사 현재의 준비상황은.
▲나로호 3차 발사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실패원인으로 제기된 1단 추진시스템과 상단 비행종단시스템(FTS)에 대한 필요한 모든 개선·보완 조치와 기술적 검증을 완료했다.
7월 나로호 상단(탑재부 및 페어링)을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로 이송했고, 8월 하순께 러시아 측의 나로호 1단을 나로우주센터로 이송, 9월 나로호 1단·상단과 발사대시스템 점검을 수행해 10월에 나로호를 최종 조립, 3차 발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두 번의 발사 실패를 교훈 삼아 3차 발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 국민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표] 나로호 제원
=1단 액체엔진과 2단 킥모터(고체모터)로 구성되는 2단형 발사체
=1단은 러시아 개발, 2단은 국내 독자개발
-총중량 : 140톤 규모
-추진제 중량 : 130톤 규모
-총길이 : 약 33m
-직경 : 2.9m
-추력 : 170톤급
[표] 나로호 일지
1993년 6월, 9월=과학관측로켓 1, 2호(KSR-I) 발사
1998년 6월=중형 과학로켓(KSR-II) 발사
1999년 12월=국내 최초 실용급 위성,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1호 발사
2002년 11월=한국 최초 액체추진과학로켓(KSR-Ⅲ) 발사
2003년 9월=과학기술위성 1호 발사
2003년 10월=다목적 성층권 장기체공 무인비행선 개발
2006년 7월=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 발사
2006년 12월=한국 최초 우주인 후보자 2명 최종 선발
2008년 4월=한국 최초 우주인(이소연 박사) 탄생
2009년 6월=나로우주센터 준공
2009년 8월 25일=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 발사
2010년 6월 10일=나로호 2차 발사
2010년 6월=제1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 개최
2010년 7월=제2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 개최
2010년 8월=제3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 개최
2011년 1월=제4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 개최
2011년 6월=한·러 공동조사단 구성
2011년 7월=한·러 공동조사단 1차 회의
2011년 10월 18일~20일=한·러 공동조사단 2차 회의
2011년 12월=한·러 나로호 3차 발사를 위한 기술협의
2012년 2월 21일=나로호 3차 발사 종합점검단 제2차 회의 개최
2012년 3월 9일= 발사허가 심사위원회 1차 회의 개최
2012년 7월 19일= 국가우주위원회 나로호 3차 발사계획서 허가심사 의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