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콘텐츠는 정치권력 규제에 시달려왔다. 미국에서 TV 방송이 처음 나왔을 때나 우리나라에서 만화가 인기를 끌었을 때 TV와 만화는 `청소년 유해` 주범으로 몰렸다. 지금은 게임이나 동영상이 그 굴레를 이어받았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각종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콘텐츠 산업은 예외 취급을 받았다. 게임 산업에는 셧다운제, 웹툰과 뮤직비디오에는 청소년 유해물 지정이라는 규제가 덧씌워졌다.
현 정부 콘텐츠 규제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충분한 연구를 거치지 않고 청소년 문제의 원인을 콘텐츠에 돌리는 행태다. 다른 하나는 부처 이해득실이 얽히면서 불거진 중복 규제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이나 자살, 성폭력 등의 사회문제를 콘텐츠 탓이라고 돌리는 모습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가족과 사회가 함께 풀어갈 과제를 콘텐츠 산업에만 떠넘기는 셈이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했다.
중복 규제도 심각하다. 대표적 대상이 게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까지 게임 규제에 나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 현안으로 중복 규제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법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기관이 콘텐츠 중복 규제를 정면으로 지적한 사례다.
전반적으로 콘텐츠 산업은 과잉 규제에 신음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모습이다. 규제의 실효성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콘텐츠 별로 흩어져 있는 규제 기관을 일원화하거나 합리적으로 조정할 주체가 필요하다.
스마트 시대에 콘텐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콘텐츠가 없는 하드웨어 기술력은 반쪽에 불과하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서 합리적 규제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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