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일본기업은 몰려오는데…

“한국으로 간다고 하니까 대만에서 야단이었습니다. 왜 자기네 나라로 안 오냐고요. 하지만 인력, 시장, 투자조건 등 여러 면에서 한국이 더 우수해 한국을 택했습니다.”

반도체 제조용 화학물질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분야 세계 1·2위를 다투는 일본 TOK(도쿄응화공업)의 이쿠요 아쿠쓰 대표의 말이다. 지난 5일 투자유치 협약 차 인천시청을 찾은 그는 “한국 고객이 원하는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인천지역에서 최대한 고용을 창출해 지역 경제 발전에도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이 1조원가량인 TOK는 1940년 설립됐다. 우량 기업만 등록된 도쿄 1부 증시에 속했다. 이 회사가 일본 밖에 첨단 연구소 및 생산 시설을 세우는 것은 송도가 처음이다. 1500억원이 넘는 투자비가 들어간다. 오는 10월 착공해 내년 상반기 완성된다. 신규 고용 창출 인원이 200명이 넘을 전망이다. TOK는 20명 이상의 일본 엔지니어를 송도에 파견해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우리로선 포토레지스트 국산화에 도움이 된다. TOK가 한국에 생산 시설을 짓게 된 건 지난해 3월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이다.

TOK뿐 아니라 지진 여파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안전한 한국을 찾는 일본 기업이 최근 줄을 잇는다. 오늘도 자프코아시아라는 일본 대형 투자사가 경기도와 투자협약을 맺는다. 경기도는 올 상반기에 8억5500만달러를 투자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가운데 57.5%(4억9200만달러)가 일본 기업 투자금이다. 일본 기업의 투자 금액은 전년 동기(1억8676만달러)보다 163%나 늘었다.

경기도는 지난해 하반기 김문수 지사가 직접 일본을 순회하며 여러 차례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NEC·도쿄일렉트론·도요탄소 같은 일본 첨단 부품업체가 올해 경기도에 투자 주머니를 열었다. 인천시도 자매 도시를 중심으로 꾸준히 투자설명회를 개최한다. 연내 일본에서 한 차례 더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수도권뿐 아니라 경남 창원에 덴소그룹 같은 세계적 일본 기업이 공장을 세우기로 하는 등 일본 기업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릇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이다. 지진 악몽으로 한국에 관심이 한껏 고조된 이때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보다 많은 일본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가 따로 진행하는 투자설명회는 줄여야 한다. 그 대신 중앙정부 주도로 각 지자체를 한데 모아 `대한민국 차원`의 투자설명회를 자주 열어야 한다. 일본에서 열면 성과가 더 클 것이다. 일본 기업의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연구·생산 등 일본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함은 물론이다.


방은주 경인취재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