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잔치

지금부터 꼭 120년 전인 1892년. 경복궁에서는 `진찬의(進饌儀)`라는 잔치가 열렸다. 외진찬 세 차례, 내진찬 여섯 차례 총 아홉 번의 예행연습인 `습의`를 거친 뒤였다. 진찬의는 이맘때인 9월 24일부터 사흘간 열렸다. 의궤에 따르면 그렇다.

행사는 크게 외진찬·내진찬·야진찬과 일종의 뒤풀이 격인 회작·야연까지 총 5개 잔치로 진행됐다. 비록 구한말 조정의 곳간은 비루했지만 왕실의 권위를 대내외에 알리고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거행한 만큼 파티는 성대했다.

무엇보다 조선조 제26대 국왕인 고종의 즉위 `30주년`을 맞아 열린 궁중의례였다. 잔치를 마친 고종은 죄수를 석방했다. 세금을 감면해줬다. 노인우대와 빈민구제책도 내놨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즉위한 고종은 국정을 주도하지 못했다. 대원군이 물러나고 신정왕후마저 사망한 뒤 `27년차 임금`은 그제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으니 이날의 행사가 얼마나 기꺼웠을까. 역사는 이해 진찬의를 조선왕조 500년 마지막 궁중잔치로 기록했다.

오는 22일은 전자신문이 신문을 만들어 내놓은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온 국민이 일제 조지루시 전기밥솥(일명 코끼리 밥솥)에 열광하고, 미제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국가전산망을 의탁해야만 했던 때다. 국산 전자제품도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주문국의 `수렴청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시절, 전자신문은 그렇게 이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서른 해가 지난 지금, 지구촌 어디를 가도 우리 제품과 기술이 세계 전자·정보통신 시장을 호령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곧 명품 정보기술(IT) 브랜드인 시대다.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여러 축하행사를 준비했다. 오시라. 즐기시라. 지난 서른 해 동안 전자신문과 함께 오늘의 IT를 일군 산업인들이야말로 이 잔치의 주인공이다.


류경동 경제금융부 차장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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