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의 벤처 지원정책 수립 방향은 명확합니다. 톱 다운(Top-Down)이 아닌 보텀 업(Bottom-Up) 방식입니다. 정책 목표를 세우고 예산과 지원 대상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원이 필요한 곳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합니다. 1년에 정부를 찾는 3000여개 회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곳이 바로 수석과학관실입니다.”
아비 하슨 이스라엘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Office of the Chief Scientist) 수석과학관(the Chief Scientist)은 벤처강국 이스라엘 비결로 현장 필요를 반영한 정책 수립을 꼽았다. 현장에서 유리된 사람들이 모여 거창한 슬로건 아래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배정해 아래로 흘려보내는 일은 이스라엘에 단연코 없다고 강조했다.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어 이들을 돕는 것이 정부 지원정책의 시작과 끝이라는 설명이다.
OCS는 이스라엘 벤처 정책을 총괄하는 곳으로 수석과학관은 차관급에 해당한다.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기관이지만 무한한 독립성을 갖는다. 6년 임기 수석과학관 역시 어떠한 압력 없이 정치 이슈에서 독립돼 움직인다. 수석과학관의 자질은 오로지 전문성. 하슨 수석과학관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직접 벤처를 운영하고 현지 벤처캐피털(VC)에서 활동하는 등 20년간 민간 시장을 누빈 전문가다.
하슨 수석과학관은 보텀 업 방식 정책 수립 성공 조건으로 기민한 유연성을 제시했다. 현장의 필요를 반영하기 위해선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책 수립 및 수정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바뀌는 시장 상황을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면 보텀업 방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시장만큼 다이내믹하게 정부도 움직여야 합니다. OCS의 트누파가 대표적입니다. 트누파는 120명의 정부 소속 평가자들이 직접 초기 스타트업과 소통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죠. OCS는 새로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혹 새로운 정책이 실패해도 상관없습니다. 실패를 통해 쌓은 데이터로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OCS의 철학은 이스라엘 정부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정책적 방법 말고 이스라엘이 벤처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하슨 수석과학관은 유대인 특유의 DNA와 자유로운 토론문화, 이공계 중심 교육이 이스라엘이 혁신을 유지하는 원천으로 꼽았다. “이스라엘엔 `훌륭한 유태인은 만족하는 법이 없다`란 말이 있습니다. 만족을 모르고 더 나은 혁신을 꿈꾸는 유태인 특유의 유전자가 이스라엘 국민에게 있습니다. 자유로운 토론문화도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바보`는 `질문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항상 질문하고 대화하는 토론문화가 이스라엘의 혁신 유전자를 강화합니다. 군대도 마찬가집니다. 상사 명령의 타당성에 관한 토론이 자유롭습니다. 획일적 조직문화가 없다는 것, 그것이 이스라엘의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하슨 수석과학관은 체계적인 기초과학 교육을 더했다.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하이테크 산업육성의 기초는 기초과학 역량에서 나옵니다. 이스라엘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수학과 과학, 공학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합니다.”
그는 이스라엘 벤처 경쟁력이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할 거란 자신감을 보였다. 이스라엘로 모이는 글로벌 기업과 자금이 그 근거다. “250여개 글로벌 기업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마다 수백 개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VC에게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합니다. 이중 75%는 외국 자금입니다. 이들이 왜 이스라엘 연구소를 짓고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까요. 이스라엘의 맨파워 때문입니다. 우수 인재를 만든 혁신 생태계가 지금처럼 작동하는 한 벤처강국 이스라엘은 계속될 것입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