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특집1-ICT한류]한국 금융IT로 글로벌 은행 꿈꾸는 베트남 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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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보기술이 베트남 농협은행의 1차에 이어 2차 금융정보 현대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진은 2007년 11월 당시 현대정보기술 이영희 사장(왼쪽)과 베트남 농협은행 탄(Tan) 부행장이 계약서에 서명하는 모습.

베트남 하노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농협은행 본점. 오전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은행을 방문해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금융거래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은 불과 10분. 복잡한 상담업무가 필요한 경우는 이보다 다소 시간이 더 걸리지만 단순거래 이용자는 은행 영업점에서 머무는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이용자가 소비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2004년 한국의 현대정보기술이 구축한 첨단 계정계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의 금융IT 기술로 첨단 금융정보시스템을 갖춘 농협은행은 거래고객 1000만명, 일일 거래건수 2000만건으로 베트남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농협은행이 베트남 최고 은행을 넘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2001년에 이어 2007년 농협은행은 또 다시 현대정보기술을 사업자로 선정, 제2의 도약을 위한 금융정보시스템 현대화를 추진했다.

◇1차 현대화 프로젝트 한계 많아=농협은행은 지난 2001년 베트남 현지 은행 중에서는 가장 발 빠르게 금융정보시스템 현대화를 추진했다. 기존 농협은행은 현지 IT기업이 구축한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능과 성능이 낙후됐다. 이 시스템은 본부 부서에서만 사용할 뿐 각 지점과 연계되지도 않았다.

농협은행은 1999년 베트남 중앙은행의 은행 간 지급결제시스템을 구축한 현대정보기술을 사업자로 선정, 현대화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계정계시스템을 첨단 장비로 재구축했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예산이 부족했다. 농협은행은 당시 1000개의 지점을 갖고 있었지만 1차 프로젝트로 계정계시스템에 연결한 지점 수는 48개에 불과했다. 예산이 부족해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 대도시에 있는 지점만 연결하고 사업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계정계 신시스템과 연동된 48개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 간의 차이는 매우 컸다. 금융거래 처리 속도는 물론이고 상품 판매 등 실적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중 가장 큰 차이는 지점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었다. 신시스템에 연동된 지점은 금융거래 시간이 끝나면 실시간으로 일일 배치를 완료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빨랐다. 반면 시스템이 연동되지 않은 지점은 수작업으로 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밤을 새는 경우가 많았다. 시스템을 연동하지 않은 지점에서 `우리 지점의 텔러시스템도 신시스템과 연동해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농협은행 입장에서도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전 지점 시스템 연동이 필요했다. 농협은행은 2004년 이후 급성장해 지점과 출장소 수가 2300개로 늘어나 기존 시스템으로는 본사에서 전체 금융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금융거래 역시 이들 지점은 단절된 상태로 이뤄져 고객 불만도 높았다.

◇350억 2차 현대화 사업도 현대정보기술 선정=농협은행은 2007년 나머지 전 지점에 신시스템을 연동하는 2차 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1차 현대화 프로젝트는 48개 지점에 적용한 반면 2차 프로젝트는 2252개 전 지점에 적용해야 한다. 사업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총 3000만달러(약 350억원) 사업으로 농협은행이 추진하는 정보화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기 위해 제안요청서(RFP)를 관련업체에 보냈다. 사업규모가 큰 만큼 많은 IT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이중 금융 정보화 사업을 다수 수행한 현대정보기술을 비롯해 IBM, 테메노스, 폴라리스 등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농협은행은 제안서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특이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다른 업체의 제안서를 모두 거부하고 현대정보기술의 제안서만을 받아 들여 단독으로 제안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다.

농협은행의 금융정보 현대화 사업은 세계은행이 자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단독 입찰은 불가능했다. 세계은행이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은행은 2차 현대화 프로젝트를 수행할 적격 업체로 현대정보기술뿐이라고 세계은행을 설득해 세계은행 지원 사업 중 보기 드물게 단독입찰로 진행했다. 응웬 투언 퐁 농협은행 IT센터장은 “현대정보기술은 앞서 1차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완료한 경험을 갖고 있고 회사 규모나 기술적인 부분도 충분히 인정됐기 때문에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어려움 속에 사업 성공, 한국 금융IT 우수성 입증=2차 현대화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정보기술은 2007년 7월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1차 현대화 사업에 적용한 48개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전 지점에 계정계 신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했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다른 해외사업과 마찬가지로 농협은행 2차 현대화 사업도 쉽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의사소통이 문제였다. 프로젝트 팀 내에서는 한국어·베트남어·영어 등 3개 국어가 혼재돼 사용됐다. 결국 프로젝트 공용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의사소통 단일화를 위해서다. 현대정보기술도 가능한 영어 소통이 가능한 직원을 파견했고 전문 통역사도 고용했다. 그럼에도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모든 의사소통 뒤에는 반드시 문서를 주고받기로 했다. 모든 진행 상황을 명문화해 향후 문제해결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문제는 상당수 지점들이 기존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갖춰졌다 하더라도 열악한 상황이어서 DB화가 이뤄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정보기술은 농협은행 직원과 함께 4개월 동안 전 금융거래 데이터를 DB화 했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다. 베트남 직원들은 평일에는 일을 열심히 하지만 주말이 되면 전혀 일을 하지 않으려 했다. 늘 사업기간에 쫓기는 정보화 프로젝트 특성상 토·일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데 베트남 직원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정보기술 프로젝트관리자(PM)는 농협은행 임원과 상의해 토·일요일 근무 시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물론 야근 수당도 지급했다.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2009년 5월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가동에 들어갔다. 시스템은 아무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한국의 우수한 금융IT 기술을 다시 한 번 베트남에서 입증시킨 순간이었다. 이후 현대정보기술은 농협은행에 운영업무를 이관했다. 기술 이전을 위해 중앙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CD를 제작해 지점에 배포하기도 했다. 현재는 장기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해 25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2차 현대화 프로젝트로 전 지점이 첨단 금융정보시스템을 사용하게 된 농협은행은 늘어난 고객과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퐁 IT센터장은 “농협은행은 2차 금융시스템 현대화 프로젝트까지 완료해 5개 시중은행 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신시스템 기반으로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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