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중국에서 온 기자들은 `돈을 얼마 썼느냐`는 것만 물어본다.” 테드 리지웨이 와트 테크시티 투자기구(TCIO) 기술전문위원은 인터뷰 도중 화가 난 듯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줄곧 `투자`와 `효과`에 대해서만 묻자 스타트업 성공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와트 위원은 “한국이나 중국, 러시아 모두 돈이 많은 나라지만 스타트업 육성은 단순히 돈을 뿌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면서 “창업을 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대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관계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업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투자 받을 기회도 생긴다. 대기업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모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더 풍부하다.
이 때문에 TCIO에서는 연간 3개의 대규모 스타트업 행사를 개최하고 연중 수십 개의 자잘한 행사들이 열린다고 한다. “중견·대기업도 작은 회사로부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어 행사에 적극 참여합니다.” 그는 “금융가와 1.5㎞ 떨어져 있고 올림픽 스타디움은 5㎞만 가면 있다”면서 “주변에 대기업도 많아 환상적인 창업 환경”이라고 말했다. 투자를 받거나 기술을 팔 수 있는 기업이 주변에 많다는 것도 테크시티의 장점이다. 런던올림픽 주경기장에 있는 미디어센터는 기술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테크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10여년 전 닷컴 버블이 터졌을 때 테크시티에 있던 소수 스타트업이 투자도 받지 못하고 힘든 시절을 겪었습니다. 그때부터 서로 돕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모임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졌고 그 전통이 오늘날 테크시티로 이어진 것입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