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를 보면 어쩔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나라 크기도 비슷하고 험난했던 점도 공감이 간다. 무엇보다 인재 말고는 자원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다는 점이 비슷하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닮았다.
6월 말 알토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어느 건물이든 입구에 옷이나 가방을 걸어놓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누구나 그곳에 소지품을 두고 다닌다. CCTV나 감시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 활동공간 `가라지(Garage)`에서는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을 공유했다. 특별히 표시를 해두지 않는 한 아무나 꺼내 먹어도 된다. 그런데도 냉장고는 항상 꽉 차있다. 현지 관계자는 “서로 신뢰하고 돕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현실이 공동체의식을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나 자립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은 서로 도우려는 공동체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테케스로부터 대출자금과 무상지원금을 받았다는 오블린의 미코 카이파이넨 COO는 “보통 아이디어를 첫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투자를 받기가 어려운데 테케스가 그때 도움을 줬다”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핀란드 스타트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테케스와 스타트업 사우나, 알토ES 등 다양한 기관에서 도움을 받은 블라스트의 요나스 헬트 CEO 역시 “핀란드의 장점은 실리콘밸리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의 창업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인재와 투자 환경 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단점은 내수 시장이 작다는 점이다. 그러나 핀란드는 이마저도 장점으로 만들고 있다. 칼레 라이타 드로 엘리멘츠 CEO는 “핀란드는 영화 자막을 따로 만들면 수지가 안 맞을 정도로 작은 나라”라면서 “그러나 영어가 능숙해 해외 진출이 큰 장벽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