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심가에서 `8200 EISP 데모데이` 행사가 열렸다. 데모데이는 스타트업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는 행사.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다면 익히 들어봤을 말이다. EISP는 `Entrepreneurship&Innovation Support Program`의 약자. `기업가 정신과 혁신 지원 프로그램` 정도로 풀이된다. 8200은 이스라엘 최고 정보부대(Unit 8200) 이름이다. 8200부대 출신들이 기획한 스타트업 데모 데이가 이날 행사의 정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원천이 되는 곳이 바로 군대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CEO 상당수가 군대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선다. 우리나라와 같이 모병제를 시행하는 이스라엘은 남녀 구분 없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군에 입대한다. 다른 점은 학생들이 명문 부대를 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것. 8200부대는 수학과 공학, 컴퓨터에 능한 최고 인재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스라엘의 사이버전을 수행한다고 알려졌다.
부대원들은 군대에서 최고의 IT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 이들이 제대 후 IT 관련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는 건 당연한 수순. 이스라엘 최고 갑부로 나스닥 상장사 체크포인트(CHECK POINT) CEO 길 슈웨드도 이 부대 출신이다.
8200 EISP는 IT 기반 스타트업 발굴·지원을 위해 8200부대 전우모임이 기획한 행사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1회 21개 참가팀 중 8팀은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13개팀은 정식 서비스를 론칭해 활동 중이다. 올해 행사에는 6 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한 20개팀이 참가했다. 20개 참가팀은 지난 5개월 동안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자신들의 아이템을 갈고 닦았다. 8200부대 출신을 비롯해 멘토링, 마케팅, 투자유치, 재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교육을 한다.
참가팀은 그동안 갈고 닦은 역량을 현지 대형 벤처캐피털(VC)을 포함한 3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발표했다. 이들에겐 긴장과 설렘, 그리고 자신감이 가득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비슷한 데모데이 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8200부대 전우모임이 8200 EISP를 진행하는 이유는 국가에서 받은 수혜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다. 참가 대상을 8200부대 출신으로 제한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8200부대 정보장교 출신으로 8200 EISP를 총괄 기획한 인발 알리엘리는 “정부의 엄청난 투자로 8200부대원이 최고 인재가 될 수 있었다”며 “국가에서 받은 은혜를 스타트업 발굴·지원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수천명의 8200부대 출신들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스타트업에서 전수하는 데 적극적”이라며 “새로운 창의력을 가진 스타트업 등장이 이스라엘에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을 통해 이스라엘 최고 집단인 8200부대 출신들과 인연을 맺은 것에 참가자들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라첼리 레브코비치 주즈나우 대표는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최고 전문가를 멘토로 얻었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지식 역시 습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5개월 전 모습과 현재 모습이 너무 차이가 크다”며 “스스로 감동할 만큼 놀라운 변화”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