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건설 중인 신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라인(가칭 A3) 가동 시기가 내년 이후로 무한 연기됐다. 연초부터 A3 라인 장비 발주가 계속 미뤄지긴 했으나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규 라인이어서 장비업계의 실망감이 커졌다.
2일 삼성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건물은 올해 안에 완공하겠지만 클린룸과 같은 내부 마감 시설 설치 여부는 시황을 봐가며 차차 판단하겠다”며 “가동 시기 결정은 내년에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부지 정비 작업에 들어간 뒤 올해부터 공사에 착수했다. 건설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내년 1분기 가동이 목표였다. 하지만, 새로 도입하려는 기술 안정성이 부족한데다 시장 수요조차 낙관할 수 없어 선뜻 발주를 하지 못했다. 발주시기를 두어차례 늦추더니 이제는 아예 발주 시기 예측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판단 자체를 유보한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A3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처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전용 라인으로 지을 계획이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깨지지 않은데다 무게도 가볍고 두께가 얇은 강점이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차츰 아예 구부러지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나올 수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기술 성숙도가 높지 않아 시장 수요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삼성전자 외에 프리미엄 AM OLED 중소형 패널을 사용할 고객도 마땅치 않다. 이미 기존 5.5세대(1300×1500㎜)에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일부 갖추고 있는데다 확장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삼성디스플레이는 A3 라인을 서둘러 구축하는 것보다 A2에 추가 라인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존 5.5세대 라인인 A2보다 A3는 약 33%가 큰 규모여서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올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규로 설립하고 있는 라인이기 때문이다. 원래 올초 장비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가 3~4분기에는 발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었다. 지금은 발주 시기조차 예상하기 힘들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두고 발주가 이뤄져야 하는데 판단 자체를 미룬다는 것은 발주 시기가 더 늦춰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A3는 규모가 워낙 커 A2 확장보다 기대를 많이 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