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와 삼성전자·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휴대폰 보조금 관련 제재에 불복, 행정소송 절차에 착수했다. 휴대폰 보조금 마케팅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통신사 보조금 마케팅 관행이 달라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최근 공정위의 휴대폰 보조금 제재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다. LG전자는 소송 대신 공정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해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통신 3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53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202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삼성전자가 142억8000만원, KT가 51억4000만원을 부과받아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공정거래법 23조의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이 제조사 직접 유통 비율을 20% 내로 제한한 것도 같은 법률의 `구속조건부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휴대폰 보조금 위법 여부가 법원에서 가려지게 된 것은 처음이다. 다른 전자제품 판매장려금과 달리 항상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집중 감시를 받았다. 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면서 회선상품과 단말기가 결합된 형태로 판매되는 복잡한 유통구조와 이통 3사 가입자 유치 경쟁에 따른 빈번한 과열 마케팅 탓이다. 지난 2010년 27만원으로 보조금 한도를 책정하고 이통 3사에 최초로 과징금을 부과한 후에도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긴급 중지 명령`이나 구두 경고 등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방통위 조치와는 달리,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은 보조금을 이용한 마케팅 자체를 위법으로 본 것”이라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한 높은 가격 책정이나 판촉비용을 출고가에 포함한 것이 위법이라면 대부분 가전제품 유통 구조가 위법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등 통신업계는 공정위 발표 당시에도 “판촉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모든 제품의 공통적인 현상이며 삼성전자와 유통모델 물량 수준 협의는 양사 공감대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논리로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본안소송은 시일이 수 년 걸리겠지만, 현재 휴대폰 유통 구조의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최초의 판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