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제조 업계가 TV 자체생산 비중을 줄이고 외주생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LCD 패널 수요가 감소하자 LCD패널 제조업계가 고객사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패널 공급방식을 종전의 모듈 방식에서 셀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TV제조업체와 신흥시장 TV 제조사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CD TV 시장에서 오랫동안 굳어졌던 TV 제조사별 LCD 패널 공급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소니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최근 주요 외신은 소니가 아웃소싱 비중을 늘리면서 외주생산 업체에 LCD 패널 구매권한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소니의 TV 외주생산 비중은 62%였으나, 올 1분기에는 68%까지 늘어났다. 과거 소니는 삼성전자와 S-LCD로부터 전체 LCD 패널 조달물량의 70~80%를 구매해 왔다. 아웃소싱 비중이 높아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LCD 패널을 사들이는 비중은 올해 60%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대신 AUO와 CMI 등이 소니에 공급하는 물량이 연간 500만~600만대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소니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 전략도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는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TV용 LCD 패널 구매 물량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은 지난해 4분기 67%에서 올 1분기 64%로 떨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들어 중국과 터키 등 신흥 시장 TV 제조 업체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소니 외에도 세계 TV 제조사의 외주생산 비중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TV 아웃소싱 비중은 전년과 비슷한 35% 수준이었던 데 비해 올 해에는 41%로 늘어날 전망이다.
OEM 업체와 중국 TV제조사 등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셀 방식의 구매를 선호하면서 LCD 패널 시장에서 셀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전체 LCD TV 패널 출하량의 25% 정도였던 셀 방식 판매량은 올해 50%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 방식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낮았던 LG디스플레이도 생산 전략을 전면 손질하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실적 설명회에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제한적으로 대응했던 셀 거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객과의 윈-윈 구조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듈 방식 판매보다 셀 방식 판매는 단위 매출규모면에서 감소할 수밖에 없지만 패널 업체 입장에서는 수요처 다변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 같은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LCD 공급망 변화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