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 `아름다운 퇴장`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는 게 가장 보람 있습니다.” 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59·사진)의 퇴임의 변에는 여전히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조 이사장은 이달 31일 정식으로 퇴임한다. 내달 1일 이·취임식을 치루면서 4년 동안 이끌었던 공제회에서 한 발짝 물러난다. 조 이사장은 2009년 전임 이사장 잔여 임기 1년을 포함해 3년 정식 임기까지 4년 동안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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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이사장은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공제회 숙원 사업 두 가지를 해결했다. 하나는 처음으로 `자산 규모 1조원`을 돌파했다. 부임 당시 1000여억 원에 불과했던 자산을 무려 10배 이상 늘려 놨다. 공제회 설립 이후 최대 관심 사업이었지만 설립 8년 만인 지난해 결실을 이뤘다. 조 이사장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공제회는 4년 전 부임했을 때 지질자원연구소 1개 기관에, 회원 수는 불과 500명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출연연 26개 전 기관에, 3만600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공제회가 실질적인 과학기술의 복지 요람으로 클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셈입니다.” 조 이사장은 전문성 위주로 소수 정예로 인력을 운영하고 금융 시장에서 매년 8% 수준 수익을 올리며 1조원 돌파를 이끌었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인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법적인 명분이 명확하지 않아 은퇴 과학인을 돕고 싶었지만 정작 지원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조 이사장은 “법적 근거를 확보하고 자산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과학기술인 복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래 회원이 될 젊은 과학자에게 자부심을 주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였다고 덧붙였다.

아쉬움도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가칭 `한국석좌원`을 후임 이사장에게 넘긴 점이다. 석좌원은 은퇴한 과학자가 모여 투자하고 활동하는 곳이다. 은퇴 후에도 경험 있는 과학자의 노하우와 지식을 사회 전반에 환원하고 사회적 네트워킹을 이어 주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완료하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석좌원은 정책연구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공제회관 건립도 거의 막바지에 차기 이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공제회관 마련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지 매입을 물색 중이지만 아쉽게도 이제 밖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조 이사장은 “과학기술인은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며 “공제회관은 모든 과학인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과학자 개인이 행복해야 의욕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결국 국가에 보탬이 되는 혁신적인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 며 “과학인의 복지가 결국 국가 과학기술의 경쟁력”이라는 소신으로 지난 4년 공제회를 이끌었다고 나름의 소신을 밝혔다.


조 이사장은 과기부(현 교과부) 원자력협력과장, 과학기술기반국장, 국립중앙과학관장 등을 역임하고 2009년 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후임에는 연구개발정책실장, 국립중앙과학관장, 교과부 원자력 국장, 과기부 기초연구국장 등을 역임한 전 한국과학기술원(KIST) 김영식 기술정책연구소장이 내정됐다. 이·취임식은 8월1일 공제회 사무실에서 있을 예정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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