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의 소프트웨어(SW) `밀어내기` 영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IBM 본사가 인수한 프랑스 아일로그사가 지난 10년간 국내 협력사인 KSTEC에 관행적으로 밀어내기를 해왔는데, IBM이 아일로그를 인수한 후 한국IBM 측이 이 밀어내기 물량을 재고로 인정하지 않아 협력사인 KSTEC가 금융비용을 포함해 무려 60여억원의 손해를 보게 된 것이 핵심이다.
아일로그 시절부터 밀어내기 행위가 있었고, 이 재고를 한국IBM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이미 공정거래조정원이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한국IBM이 KSTEC에 10억원을 배상하라고 합의조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한국IBM은 밀어내기가 아일로그 시절의 일이라 자신들은 모르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법원에 채무부존재 신청까지 제출했다. 인수합병을 했으면 그 회사의 부채까지 모두 떠안는 게 상식이다. 이미 공정거래조정원에서도 밀어내기 행위를 인정했는데 한국IBM이 몽니를 부리는 격이다.
게다가 IBM이 아일로그를 인수한 이후에도 밀어내기가 있었다고 한다.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년여 기간 고객사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한국IBM은 아일로그 SW 제품을 KSTEC에 밀어내기 방식으로 판매해 왔다.
이제 공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간 분쟁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겠지만 아쉬운 것은 한국IBM의 대응방식이다.
우선 IBM이라는 거대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명명백백한 증거자료가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오히려 채무부존재 소송을 거는 등 적반하장식 행위를 하는 것은 IBM답지 않은 행위다. 게다가 각종 언론에 이 사안이 보도됐지만 한국IBM의 공식 반응은 `노코멘트`다.
대중소기업 상생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열망을 거스르는 일이기도 하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보호해주자는 취지다. 다국적 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한국IBM은 몇 년 전 밀어내기 관행 근절, 협력사 보호 등을 공식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협력사인 중소기업을 옥죄는 행위를 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후안무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밀어내기 관행은 비단 IBM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베인옥슬리법 시행 이후 이런 관행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았다. 한국IBM-KSTEC 사태를 계기로 잘못된 밀어내기 관행이 대폭 근절되기를 바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한` 개입이 절실한 이유다.
박서기 비즈니스IT부장 sk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