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금융권 정보화의 대명사는 차세대 시스템이었다.
그만큼 은행·보험·증권·카드·저축은행·캐피털 등 크고 작은 금융회사가 앞다퉈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렇게 진행된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은 어느새 2기라는 새로운 주기를 맞이했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을 필두로 산업·수출입은행이 2기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앞서 진행했고 대한·교보생명이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캐피탈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2기 차세대 프로젝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1기 차세대 프로젝트와 확연히 구분된다. 1기는 빅뱅 방식으로 계정계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프로젝트 핵심이었다면 2기는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는 비즈니스 활용이 핵심이다.
과거 창구나 인터넷 등 단순 거래 채널에서 모바일 등 다변화된 채널 거래 지원은 필수다. 또 다른 무엇인가를 새롭게 반영해야 할지 모르는 급변하는 상황에서 시스템 유연성도 필요하다. 2기 차세대 프로젝트 진행에 앞서 비즈니스아키텍처(BA)부터 수립한 교보생명이 대표적 사례다.
상품 개발 적시성을 높이는 것도 2기 차세대 프로젝트 과제 중 하나다. 과거 금융회사는 1기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프로덕트팩토리 개념을 적용해 상품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상품수명주기관리(FPLM)를 적용하고 개발된 상품의 히스토리 관리, 다른 상품 개발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매번 새롭게 상품을 개발할 필요 없이 일부 기능 변경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최근 보험사가 고객별 맞춤형 상품을 제시할 수 있게 된 배경도 이러한 정보시스템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일부에 그친다.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가 상품개발시스템에 PLM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구축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빅뱅 방식에서 단계적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단계적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은행,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이 단계적 방식을 적용한다. 1기 차세대와 달리 기존 시스템 재사용성을 높이고 기능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단계적 방식 적용이 가능하다.
비즈니스 허브도 2기 차세대와 함께 새롭게 제시된 구축 개념이다. 비즈니스 허브 구축 방식은 차세대 시스템을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앞서 진행된 1기 차세대 프로젝트에서는 기술 통합은 이뤄졌지만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최근 고객접점 채널이 스마트 디바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해지고 늘어난 채널에서 처리되는 업무도 많아지면서 기존 시스템의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급증하는 채널과 업무 시스템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통합해 연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허브가 채널, 정보계, 계정계에 이어 하나의 영역으로 추가됐다. 비즈니스 허브는 각각의 채널을 지원해주는 시스템과 계정계 시스템 사이에 놓여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준다.
계정계 시스템 내에서 복합상품을 만들고자 추가 모듈을 늘리지 않고 비즈니스 허브에서 직접 기존 서비스를 더해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기업은행이 2기 차세대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