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케이스스터디]이트레이드증권 차세대 프로젝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트레이드증권 차세대 시스템 구성도

이트레이드증권 임직원에게 지난 7월 9일은 매우 의미 깊은 날이다. 온라인 증권사로 출발해 종합 증권사로 변신을 시도해온 이트레이드증권이 마침내 그 방점을 찍은 날이기 때문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찬스CHANCE(Challenge+Advance)`로 명명된 차세대 프로젝트로 12년간 코스콤에 위탁해 운영해오던 원장시스템을 이관,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게 됐다.

자체 시스템 운영은 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증권사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조건 중 하나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이번 프로젝트로 고객정보와 매매체결, 출납, 계좌처리 등 모든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차별화 서비스 위해선 자체 시스템 필수=이트레이드증권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2008년 대표이사 변경 등 지배구조가 크게 달라지면서 이트레이드증권은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업무 영역이 늘어났고 온라인 증권사에 없던 오프라인 지점도 생겼다. 비대면이 아닌 대면 영업을 시작하면서 종합 증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를 위한 주요 수단이었다.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서는 자체 시스템이 필수적이었다. 위탁 운영하는 시스템으로는 이트레이드증권만의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2009년 5월 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프로젝트 준비에 착수했다. 내부 승인을 거쳐 다음해 한국IBM과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했다. 사업 목적은 고객 서비스 강화, 영업 역량 향상, 기업 문화 형성 등 세 가지였다.

정훈기 이트레이드증권 IT지원본부 상무는 “`고객에게 최고 가치를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훈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우리만의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남의 손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토대가 마련돼야만 영업력 향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지배구조 변화 이후 3년여 동안 직원이 세 배 늘어났는데 이트레이드증권 고유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하나의 목표를 가진 시스템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직접 시스템을 운영·서비스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체 운영을 위해서 인력도 꾸준히 충원했다. 20명에 불과했던 IT인력을 70명까지 늘렸다. 시장에서 검증된 전문가들을 뽑았다. 2010년엔 현업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업무혁신팀을 조직했다. 10명 내외로 구성된 이 팀은 차세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실전테스트로 안정화 기간 단축=이트레이드증권은 ISP 결과를 바탕으로 작년 초 제안요청서(RFP)를 발송, LG CNS와 코스콤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코스콤이 운영 중이던 시스템을 이관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코스콤을 사업에 참여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프로젝트 착수 시점인 지난해 8월 이전 이트레이드증권은 내부 인력을 활용해 분석과 기본 설계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1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11개월 동안 상세설계 및 인프라구축, 개발, 테스트를 진행했다. 개발은 선행 레퍼런스 모델을 참조했다. 전체 프로젝트를 11개월 만에 끝내기 위한 방편이었다.

정 상무는 “기간은 축소됐지만 막상 프로젝트에 착수해 보니 예상과 다른 점이 많았고 수정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다행히 두 수행사가 요구를 잘 수용해줬고 협조가 잘 돼 기한 내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다른 차세대 프로젝트와 차별화되는 점은 `실전테스트` 도입이다. 차세대 프로젝트에서는 으레 마지막 3~4개월 동안 단위·결합·병행 및 통합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이트레이드증권은 여기에 실전테스트를 추가했다. 실전테스트는 기존 업무에 기반을 둔 정해진 시나리오가 아닌 직원 임의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정 상무는 “정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테스트를 하게 되면 돌발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2주간 시간을 들여 실전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이 테스트로 현업 직원들이 시스템에 익숙해져 변화관리가 한결 수월했고 안정화 기간이 짧아지는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스템 오픈 1주일 만에 대회 홍보를 진행할 정도로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시스템은 빠르게 안정화됐다.

◇10년 후를 대비한 시스템=이트레이드증권은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주문체결 속도 향상, 트래픽 용량 확대, 미래 용량 확보 등의 목표를 세웠다. 데이터에 증가에 따라 서버나 네트워크 등 기본 인프라도 증가하기 때문에 5~10년 후를 대비한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프로젝트 후 주문 체결 속도는 기존 대비 3배까지 빨라졌다. 초당 트랜잭션 처리 속도인 TPS가 기존 300TPS에서 800TPS까지 상승했다. 현재 고객수가 30만명이지만 100만명이 몰려도 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시스템 성능이 향상됐다. 고객 분석 등 차별화 서비스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고 현업 직원들의 업무생산성 역시 높아졌다.

정 상무는 “IT직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 형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엔지니어에 머물렀던 수동적 IT부서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서비스 부서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어려운 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정 상무는 인력 확보가 가장 큰 도전사항이었다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는 이미 인력이 확보된 상태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원장이관사는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충분히 인력을 확보한 뒤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정 상무는 충고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끝은 아니며 아직은 꽃을 피우기 위한 밭을 만든 상태”라며 “사훈처럼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제부터 하나씩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이트레이드증권 차세대 시스템 구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