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는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이 주는 감동과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이 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처음 봤을 때의 가슴 뭉클함보다는 내 자신을 반성하고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인지 고민하게 됐다.
과학기술은 가치 창출을 넘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돈 2달러의 제작 단가로 1년 동안 오염된 물을 해결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가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휴대폰보다도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국제나눔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지난해 영국서 시작된 `레거시 10(legacy·유산 10% 기부 서약)` 캠페인의 창시자인 스콜드 콜빈 이사가 영국의 나눔 열풍을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물적 나눔에서 인적 나눔 활동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등의 인적 나눔은 19.8%로 국민 5명 중 1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기부금과 식품 등 물적 나눔은 2010년 기준 10조300억원이었다. 이는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5만6000여개의 자선재단이 활동하고 것을 고려하면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다.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얘기다.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과학기술계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 대학생 등으로 재능기부가 확산되는 추세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호기심 탐구나 비즈니스 창출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창출을 넘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따뜻한 과학기술로 변화하고 있다.
따뜻한 과학기술 구현은 연구개발(R&D) 방향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 비록 돈이 되는 기술은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R&D 활동으로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시각센서와 인지기술을 융합한 길안내 도우미 `아이헬퍼`를 활용하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소리의 정량적 정보와 감성 정보를 시각과 촉각으로 제시해주는 청각 도우미 `이어헬퍼`는 청각장애인에게 자동차 경적과 같은 위험한 상황은 물론이고 바람소리, 파도소리, 아기 울음소리, 음악소리 등의 감성을 직접 느낄 수도 있게 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정작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겐 고기능의 도우미를 살 만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도 많은 비용과 관련 기관의 협조가 필수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인도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우리 사회 전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회의 내내 1%가 아닌 99%를 위한 정책을 호소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적,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가진 자의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과 공감이 필요하다.
나눔을 통한 따뜻한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자 존재 가치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활용되지 않는 과학기술, 장애인과 노약자를 도와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술, 바로 이것이 따뜻한 과학기술 실현을 위한 과학기술인의 나침반이다.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dikang@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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