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민주화 열풍이 불고 있다. 이번에는 정치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 민주화를 화두로 던지고 여론의 지지를 호소한다.
각자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의 내용과 강도는 다르지만 지금처럼 부가 일부에 몰리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사전적 의미로 민주화는 강압적 통제, 사회적 전통, 전문가 견해, 행정적 실행 등에 따라 통치되던 정치제도에 시민권의 규칙과 절차가 적용되는 과정을 뜻한다. 또 그런 규칙과 절차가 이전에 그 같은 권리와 의무를 누리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에게 확장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경제 민주화는 그동안 기득권이 누려왔던 것들은 분산하고 기득권에 부당하게 억눌린 시장의 약자를 보호하는 데 방점을 둔다.
정치권이 손가락질하는 경제 민주화 대상은 재벌이다. 그래서 경제 민주화의 핵심도 출자 제도 개선, 지주회사 제도 강화, 금산 분리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근절, 탈법·편법적 상속·승계 금지, 대·중소기업 간 공정 거래질서 확립 등에 맞춰졌다.
경제 민주화가 화두가 된 것은 현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대기업과 부유층 소득이 늘어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 경기가 부양되는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대기업 규제를 대폭 풀어줬다. 부만 편중됐다. 실패한 정책이 됐다.
각 당이 내세운 경제 민주화가 선거판 슬로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제 민주화가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대기업 때리기의 일환이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진정성 있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경제 민주화 정책만이 유권자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권상희 경제금융부 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