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 설치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민원`이다. 소음·그림자 등 피해를 우려한 반발로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대안으로 등장한 게 `해상풍력 발전기`다. 해상은 장애물이 적어 바람의 난류(불규칙적인 흐름)와 풍속 변화가 적고 육상보다 1.5∼2배 발전량이 높다. 무엇보다 소음 등 민원 문제에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먼 바다는 수심이 깊어 해저 지반에 풍력발전기를 고정하기 어렵다. 바다가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지만 지금 기술로는 육지와 가까운 일부 해상에서만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부유식 풍력발전기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미래 아이템이다.
◇먼 바다에 `둥둥`=부유식 풍력발전기는 말 그대로 물 위에 띄워 운영하는 설비다. 부유체 위에 타워(몸체)를 고정시키고 계류장치(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붙잡아 놓는 장치)로 부유체 움직임을 제어한다. 안정성 유지 방법에 따라 원통식·인장계류식·반잠수식·바지식 등으로 구분한다.
부유식 풍력발전기는 먼 바다에 대량으로 설치하고 다양한 부유체·계류장치 조합이 가능해 응용성이 높다. 사람과 인접해 있지 않기 때문에 풍력발전기 크기나 소음 등의 제약도 적다. 고정식보다 해저 상태 영향을 적게 받고 설치·해체가 간편하다는 특징도 장점이다.
부유체 등이 고정식 풍력 발전기보다 비싸고 무거울 수 있는 점은 단점이다.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풍력발전기를 대형화하거나 수심이 깊은 적절한 부지를 선택하면 경제성 확보가 오히려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해상풍력시장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부유식 풍력발전기가 고정식을 대체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008년 0.38GW에 불과했던 연간 해상풍력 시장 규모는 2015년 6.2GW로 1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럽이 해상풍력 사업을 선도했다면 앞으로는 중국 등 아시아와 북미 지역으로 시장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개발 경쟁 치열=부유식 풍력발전기 상용화에 세계 각국은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연구결과와 실증제품은 곳곳에서 발표되지만 경제성을 갖춘 상용화 제품 보급은 몇 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게 우세하다.
미국과 영국은 최근 부유식 풍력발전기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필요 자금 확보에 나섰으며 앞으로 축적한 전문기술을 교환할 계획이다. 영국 에너지기술연구소(ETI)는 부유식 풍력발전기 개발·설치에 2016년까지 4000만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원전 대안으로 북태평양 연안 심해에 부유식 풍력 발전 단지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까지 최대 200억엔을 투자해 부유식 풍력발전기 6기를 설치한다. 사업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중공업 등이 참여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유식 풍력발전기 개발로 풍력 선진국인 유럽을 따라잡는다는 계획이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스태토일하이드로는 지난 2009년 2.3㎿급 부유식 풍력발전기 하이윈드(Hywind)를 노르웨이 서남부 해안에서 10㎞ 떨어진 지점에 시범 설치하기도 했다. 하이윈드는 블레이드(날개) 길이가 41m, 높이 65m 규모 제품으로 스태토일하이드로는 3개 닻을 이용해 부유체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했다. 이 밖에 노르웨이 풍력업체 스웨이는 10㎿급 초대형 부유식 풍력발전기 기술을 확보했으며 우리나라 기업과 사업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질 수 없다`=해상풍력 시장 선점으로 세계적 풍력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우리나라 역시 부유식 풍력발전기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풍력발전미래기술연구센터는 △부유식 해상풍력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에너지 미래선도 인력양성(GET-Future 연구실) △심해용 부유식 풍력발전 하부구조·플랫폼 기반 기술 개발 △풍력발전 고등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고급 트랙 △동남권 풍력부품 테스트베드 구축 △에너지기술 인력양성센터 운영 △풍력발전 미래기술 개발·연구지원 6개 사업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센터는 부산대가 확보한 과제·사업을 통합 관리하고자 올해 초 설립한 풍력발전 분야 종합 R&D 기관이다.
`GET-Future 연구실`과 `심해용 부유식 풍력발전 하부구조·플랫폼 기반 기술개발`은 모두 지식경제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10년, 9년의 장기 과제다. 각각 77억원과 90억원을 투입한다. 사업에는 현대중공업·두산중공업·삼성중공업·성진지오텍·태웅·미래테크 등 20여개 풍력발전기, 부품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임채환 한국기계연구원 시스템신뢰성연구실 박사 연구팀은 부유식 풍력발전기 운동을 예측하고 예상 발전량 등 전체적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윈드 하이드로`를 개발했다. 프로그램은 발전 효율을 높이는 제어 알고리즘을 검증할 수 있다. 부유식 풍력발전기에 영향을 주는 공력, 유체력 등 여러 인자를 종합해 정보를 제공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