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이동통신사들이 회선 결합상품 혜택 축소에 나섰다.
내리막길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붙잡아 보려는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통신업계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추가 요금제 도입도 추진 중이어서 요금제 조정을 이용한 실적 방어 움직임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단기적 요금제 조정보다 신규 서비스로 새 `캐시카우`를 창출하는 장기적 개선안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이후 가입자부터 KT는 인터넷·집전화·IPTV 등 홈 상품과 스마트폰 상품을 함께 쓰면 가족에게 요금을 할인해 주는 `뭉치면 올레` 결합상품 혜택을 절반으로 줄였다. 기존에는 KT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가 KT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회선 수에 따라 8000~1만2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7월 1일 가입자부터는 4000~6000원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그 대신 `초고속 인터넷+스마트폰`에 집전화·인터넷전화·IPTV나 휴대폰 1회선을 추가하는 `유선 TPS` 적용 구간이 신설됐다. 기존 할인 폭은 초고속인터넷 외에 KT 유선 상품을 하나 더 가입해야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결합할인 혜택을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KT 관계자는 “할인혜택을 줄였다기보다는 결합상품 요금제를 고도화한 것으로 KT 가입상품 종류가 많을수록 더 많은 할인을 받게끔 변경한 것”이라며 “타 이통사나 케이블 SO 업체도 유사한 결합할인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가족할인 요금제를 축소할 계획이다. 가족의 SK텔레콤 사용 연수를 합산해 기본료를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T끼리 온가족 할인` 요금제를 일부 변경한다. 그동안 3G 요금제 `스페셜 할인`과 롱텀에벌루션(LTE) 요금제의 `플러스 할인` 가입자에게 할인을 중복 적용하진 않았으나 가입연수는 포함시켰다.
하지만 앞으로 해당 할인을 받는 가입자는 결합요금제 할인율 산정을 위한 가입연수에도 포함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변경을 추진한다.
할인요금율 조정은 ARPU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SK텔레콤과 KT의 ARPU는 각각 4·7분기 연속 하락세다. ARPU를 잡고자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비교적 크지 않은 결합요금 상품 할인율을 조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가족 결합요금 할인은 LTE 경쟁 체제에선 사실상 고객 유입 효과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하반기 새 단말기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없다는 점도 이통사가 기존 할인 혜택을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증권가는 지난 2분기 이통 3사 영업이익이 1분기 대비 20% 이상 대폭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늦게 LTE 시장에 뛰어든 KT의 마케팅 총공세와 이에 대응하려는 다른 이통사가 마케팅비 지출을 줄일 수 없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장기적으로 신규 서비스 모델 발굴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금제를 조정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융합 서비스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이통사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업계는 LTE 전국망 확충에 맞춰 모바일 방송, 클라우드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는 물론이고 통합메시지서비스(RICH)·음성 LTE(VoLTE) 등 신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전히 기존 캐시카우인 음성 통신사업 중심으로 이뤄져 신규 사업에 전사적 관심도는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이통 3사 분기별 영업이익(단위:억원)
*SK텔레콤·KT 회선 결합상품 변경 내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